윤석열 대통령이 이태원 참사에 대해 지난 4일 “국민 생명과 안전을 책임져야 하는 대통령으로서 비통하고 죄송한 마음”이라고 말했다. 조계사 위령법회 추모사를 통한 언급이었다. 지난달 29일 참사 발생 이후 6일 만에 공식석상에서 사과의 뜻을 처음 밝힌 것이었다. 6일에는 명동성당 추모 미사에 참석하는 등 사흘 연속 종교계를 찾고 있다. 하지만 윤 대통령의 사과 형식과 위로 행보를 놓고는 미흡하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유족과 국민의 아픔을 충분히 헤아리지 못한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드러난 사실을 보면 참사 당시 이태원엔 국민의 위험을 지켜준 공무원도, 국가도 존재하지 않았다. 총체적 위기관리 실패의 최종 책임이 국가원수이자 정부수반인 대통령에게 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경찰을 포함한 모든 공직사회의 지휘관도 대통령이다. 당연히 공식적인 형태로 회견을 열어 대국민 사과가 나와야 한다. 그때그때 무거운 심정을 표하는 식으로는 부족하다. “명백한 잘못에 왜 그토록 사과에 인색하고 주저하는지 납득이 가지 않는다”는 민주당의 비판을 정쟁으로만 치부할 수 없는 이유다.
천재(天災)든, 인재(人災)든 어떤 정부도 모든 대형 참사를 완전하게 피해 갈 도리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참담한 실패와 아픔을 딛고 세계 10위권 경제규모에 걸맞은 국가안전시스템을 구현해야만 한다. 그 출발점은 대통령이 유족의 슬픔에 진심으로 공감하고 준엄하게 이 사태를 받아들이는 모습이다. 112신고 녹취록만 보더라도 참사의 직접적 원인이 정부의 부실대응과 직무유기임이 명확하다.
국정 총책임자가 진상규명과 책임자 문책, 사고수습 및 제도개선의 분명한 청사진을 국민에게 제시하고 위로하는 수순이 절실하다. 일방통행식 담화가 돼서도 안 되며 유가족, 일반국민, 시민단체, 정치권이 모두 참여하는 쌍방향 국민과의 대화 형식을 갖춰도 좋을 것이다. 그것이 국민 신뢰를 되찾는 최소한의 조치임을 명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