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청률보다 동네책방 가치 찾았죠"…'제2 우영우' 찾는 KT, 공익 강조한 이유는

입력
2022.11.15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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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 공익·공동체 키워드로 콘텐츠 제작
원천 IP부터 제작, 유통까지 밸류체인 구축
"수상한 책방, 시청률만큼 공익성 중요"
"2025년까지 미디어·콘텐츠 매출 5조 원 목표"


#. 3일 서울 관악구의 한 변호사 사무실. 이곳에는 KT가 만든 예능 '수상한 책방 동서남북(Book)'에 나온 '밝은 책방'이 있다. '법률사무소 서점'으로 불리는 이곳에 들어서자 동네책방 특유의 책 냄새가 밀려왔다. KT는 사라져 가는 동네책방의 가치를 알리기 위해 프로그램을 기획했다. 밝은 책방을 운영하는 김소리 변호사는 "KT가 예능에서 책방을 다룬 뒤 친구들도 관심을 많이 보인다"며 웃어 보였다.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신드롬을 기록한 KT가 미디어 사업 확장에 나섰다. KT는 콘텐츠 제작의 재료가 되는 원천 지적재산권(IP) 확보부터 제작, 유통, 방영까지 모든 분야를 아우르는 미디어 밸류체인(생태계)을 마련했다. 이를 발판 삼아 불러올 사회적 가치와 흥행 등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는 '제2의 우영우' 만들기에 힘을 쏟고 있다.



"동네책방, 시청률보다 중요한 사회적 가치"



KT는 콘텐츠를 만드는 데 있어 '공익성'을 핵심으로 삼고 있다. '수상한 책방 동서남북(Book)'도 전국 동네책방을 찾아다니며 작은 서점의 중요성과 책읽기의 가치를 재조명했다. KT 관계자에 따르면 프로그램은 초기부터 물음표가 많았다. 공중파 방송국에서 예능을 만들던 담당PD조차 "시청률이 나오겠냐"며 걱정했단다. 그러나 치열한 내부 토론에서 내려진 결론은 "사회적 가치도 시청률만큼 중요하다"였다.

시청률 성적표는 기대에 미치지 못했지만 반응은 좋았다. 방송에 나온 박훌륭 약사는 서울 마포에서 '약국책방'을 운영 중인데 "방송을 보고 일부러 찾아오는 손님도 있었다"고 전했다.

앞서 KT는 우영우를 통해 자폐스펙트럼 등 사회적 약자에 대한 차별적 시선을 비판했다. KT는 우영우의 흥행을 그룹 차원의 미디어 역량과 양질의 콘텐츠 파워가 결합한 결과로 보고 있다. 우영우는 기획사가 공중파 방송국과 제작 논의가 이뤄지다 무산될 뻔했지만 KT가 회당 수억 원을 들여 제작권을 사오면서 되살아났다. 우영우가 인기를 모으면서 자폐스펙트럼에 대한 사회적 관심도 높아졌고, 사회적으로 장애인 인권과 처우에 대한 논의도 활발해졌다.

KT가 제작한 병영드라마 '신병' 역시 호응을 얻었다. 이 드라마는 유튜브 콘텐츠를 원작으로 한다. 평범한 사람들의 군복무 모습을 현실적으로 재연했다. KT 내부에선 신병이 유튜브 콘텐츠를 원작으로 한 실험적 도전인 만큼, 우영우 성공만큼의 의미를 갖는 것으로 평가했다. KT 관계자는 "방송국과 대형 제작사가 외면하는 주제에 도전하고 예능에도 사람 냄새를 넣으려 한다" 강조했다.




"2025년 미디어 콘텐츠 매출액 5조 원 목표"



KT는 이 같은 콘텐츠 정체성과 자체 밸류체인을 바탕으로 미디업 사업 영역을 넓힐 계획이다. KT는 밀리의서재(오디오북), 스토리위즈(웹툰·웹소설)를 통해 원천 IP를 확보한 뒤 KT스튜디오지니에서 콘텐츠를 만든다. ENA(케이블 채널), 지니TV(초고속인터넷TV), 지니뮤직 등 유통·방영 채널을 활용한 콘텐츠 보급까지 유기적으로 연결됐다.

지난달 선보인 오디오 드라마 '어서 오세요, 휴남동 서점'은 KT미디어 역량이 유기적으로 연결됐다. KT 독서플랫폼 밀리의서재가 원작 IP를 확보했고 KT가 인수한 AI기업 '주스'의 기술로 배경음악을 편곡했다. 음원플랫폼 지니뮤직은 오디오 드라마 배급을 맡았다. 작품 제작부터 유통까지 굵직한 과정을 KT 내부에서 모두 해결한 사례다. 신훈주 KT기업이미지제고 담당 상무는 "(OTT, 음원 등) 미디어 플랫폼 사업 성공 경험을 바탕으로 콘텐츠 사업 성장도 이끌겠다"면서 "중기적으로는 글로벌 시장에서도 미디어 사업 성과를 내겠다"고 말했다.

KT는 내년까지 20여 편의 콘텐츠를 만들 계획이다. 2025년에는 미디어 콘텐츠 사업 매출액 5조 원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콘텐츠 강자 CJ ENM과 콘텐츠 협업을 맺었고 연내 두 회사의 온라인동영상플랫폼(OTT) '시즌(Seezn)'과 '티빙(TVING)'을 통합해 토종 OTT 1위 자리를 노린다.

KT는 드라마, 예능뿐만 아니라 웹소설, 음원, 오디오 드라마 제작도 확대하고 있다. 김태형 밀리의서재 콘텐츠사업본부장은 "독서 콘텐츠를 발굴해 다양한 포맷으로 확장하는 시도를 이어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정욱 지니뮤직 뉴비즈본부장은 "인공지능(AI) 기반 오디오 콘텐츠 창작 영역을 넓힐 것"이라고 다짐했다. 이 밖에도 IPTV 서비스를 전면 개편하는 등 소비자 만족도를 높이기 위한 서비스 개선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송주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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