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극우 포퓰리스트 정당 국민연합(RN)의 새 대표가 선출됐다. 27세 남성 조르당 바르델라다. 그의 행보에 대해선, 강경한 반난민 정책 등 RN의 기존 노선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으면서도, 극우 이미지를 희석해 당 외연 확장에 집중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바르델라 대표는 5일(현지시간) RN 당원 투표에서 85%의 압도적 득표율로 대표에 올랐다. RN에서 르펜 가문이 아닌 인물이 대표가 된 건 처음이다. '백인 우월주의자'로 악명을 떨친 장 마리 르펜이 1972년 창당 후, 딸 마린 르펜이 최근까지 당을 이끌었다.
바르델라 대표는 정치권에서 초고속으로 성장했다. 그는 17세 때 RN 전신인 국민전선에 가입하며 정치에 입문했다. 이탈리아계 미혼모 아래서 어렵게 자라며 폭력 등에 자주 노출됐던 게 그를 극우로 이끌었다고 전해진다. 그는 2017년 대선 때 르펜 전 대표를 보좌하고, 당 대변인으로 활동하며 존재감을 키웠다. 지난해 부대표로 발탁됐고, 최근까지 임시 대표로 당을 이끌었다.
바르델라 체제의 RN은 극우 노선을 유지하되, '극우처럼 보이지 않도록' 노력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지난 6월 총선에서 89석을 확보해 단일 정당으로는 2위를 차지했을 정도로 존재감이 커진 만큼, 외연 확장을 통해 '확실한 주류 정당'으로 자리매김하겠다는 게 RN의 목표이기 때문이다. 현지 언론에선 청년층 공략에도 그가 효과적일 것으로 내다본다. 프랑스24는 "극우의 '라이징 스타'(떠오르는 인물)가 당대표가 됐다"고 평했다.
르펜 전 대표는 당 지도부에서 물러난 뒤에도 실권을 행사할 것이란 관측이 많다. 불명예 퇴진이 아니라 국회에서의 활동에 집중하고자 물러나는 것이란 점에서다. 지난 4월 대선에서 마크롱 대통령과 팽팽히 겨루며 존재감을 확인한 그는 2027년 대선 도전도 노리고 있다. 바르델라 대표도 스스로를 "르펜 전 대표의 유산을 가장 연속적으로 행할 후보"라고 묘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