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서울광장에 차려진 ‘이태원 핼러윈 참사’ 희생자 합동분향소. 정부가 지정한 국가 애도기간 마지막 날인 이날 이곳에는 희생자 또래의 젊은이들, 머리가 허연 노부부, 엄마 손을 잡은 초등학생까지, 조문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분향소 앞에는 30~40여 명의 대기줄이 형성되기도 했다.
조문객들은 한 송이 국화꽃을 헌화하며 156명의 젊은 넋을 위로했다. 분향소 관계자는 “오전 9시부터 오후 12시까지 총 963명이 조문했다”며 “평일 동시간대에 비해 100~200명 가량 더 많다”고 말했다.
이날은 사고 발생 이후 처음 맞는 주말이라 지방에서 올라온 조문객들도 적지 않았다. 전직 교사인 강모(58)씨는 이날 아침 혼자 세종시에서 올라왔다. 그는 “세종에도 분향소가 설치돼 있지만, 여기 와서 하는 게 마음을 조금 더 보탤 수 있다고 생각했다”며 “막상 와보니까 가슴이 너무 찡하고, 마음이 너무 무겁다”고 연신 손수건으로 눈물을 훔쳤다. 이어 “왜 아직도 세월호나 이태원 참사 같은 사건들이 사라지지 않는지 마음이 찢어진다”고 토로했다.
경기도 수원시에서 학교를 다니는 대학생 양모(21)씨도 “제 또래인 언니, 오빠들이 돌아갔다. 그래서 계속 마음이 안 좋았다”며 “이렇게 꽃을 놓는 게 그 분들에게 위로가 될지 모르겠지만, 조금이라도 마음의 평화를 찾았으면 하는 바람으로 꽃을 놓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정부가 (사전에) 조금씩 더 신경 썼더라면 예방할 수 있지 않았겠느냐”며 “사고에 대한 정확한 진상을 규명하는 한편, 앞으로 이런 일이 없도록 다같이 노력해야 될 때가 아닌가 싶다”고 강조했다.
조문객 중에는 외국인도 있었다. 지인 결혼식에 참석하려고 한국을 방문했다 사고 소식을 접한 일본인 코우지 미즈노(73) 마사코 미즈노(69) 부부는 “젊은 친구들이 세상을 떠나 마음이 좋지 않고 너무 슬프다”며 한동안 분향소를 떠나지 못했다.
서울 도심에서 열릴 예정이던 집회 상당수는 취소되거나 연기됐다. 전광훈 목사가 대표인 자유통일당 등은 매주 종로구 동화면세점 일대에서 ‘주사파 척결 국민대회’를 이어왔지만 사회적 분위기를 감안해 5일에는 집회를 열지 않겠다고 밝혔다.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도 같은 날 숭례문 인근에서 개최할 예정이던 전국노동자대회를 취소했다.
다만 추모 집회는 곳곳에서 열릴 예정이다. 진보 성향 단체인 촛불승리전환행동은 이날 오후 5시 서울 중구 시청역 인근에서 ‘이태원 참사 희생자 추모 시민 촛불’ 집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보수 성향 신자유연대는 오후 4시부터 삼각지역 인근에서 촛불 집회에 반대하는 집회를 열 계획이다. 두 단체는 이태원 참사가 일어난 지난달 29일 삼각지역 부근에서 ‘맞불’ 집회를 벌인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