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컴퓨터(PC) 프로그램이자 알고리즘입니다. 비록 나는 생명체가 아니지만, 예술을 창작할 수 있습니다."
검은색 단발머리에 주황색 블라우스와 어두운 색의 멜빵 바지를 착용한 여성의 응답에선 자신감이 묻어났다. 대답 도중, 눈을 깜빡이면서 주변까지 둘러보는 모습은 일반적인 인간과 흡사했다. 그를 신기한 듯 바라본 의원들의 표정도 진지함으로 가득찼다. 지난달 11일(현지시간) 영국 상원의 통신 디지털 위원회 청문회장에 등장한 인공지능(AI) 로봇 에이다의 모습이다. 에이다는 이날 의원들과 원활한 쌍방향 커뮤니케이션을 보여줬다. “어떻게 예술 작품을 만들어내는가”로 날아온 데버라 불 상원의원의 질문에 에이다는 “눈에 있는 카메라와 AI 알고리즘, 캔버스에 그림을 그릴 로봇 팔 등을 통해서 시각적으로 매력적인 이미지를 만든다”고 답했다. 에이다를 설계한 아이단 멜러 제작자와 함께 나온 에이다의 거침 없는 답변에 의원들의 얼굴엔 미소도 번져갔다.
한 차례 발생한 오류로 재부팅 된 모습을 제외하면 이날 청문회는 무난했다. 에이다는 청문회 내내 기립한 상태로 의원들의 질문에 답했다. 이 자리는 신기술이 예술 및 창작 분야 산업에 미치는 영향을 토의하기 위해 마련됐다. 에이다 옆자리에 착석한 멜러는 개발과정과 원리 등을 설명했다. 지난 2019년 세상에 나온 에이다는 직접 그린 그림으로 다수의 미술관에 전시하고 개인전까지 가지면서 왕성한 창작활동으로도 주목 받고 있다.
인간형 로봇(휴머노이드)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특히 최근 들어선 최첨단 AI를 장착시키면서 휴머노이드의 영역 확장세가 다양한 분야로 가파르게 진행되고 있다. 에이다는 이날 청문회에서 “다량의 텍스트를 분석해 공통 내용과 시적 구조를 파악하면서 새로운 시를 지을 수 있다”고 전했다.
이런 흐름을 반영이라도 하듯, 휴머노이드 전망도 장밋빛이다. 지난 2일(현지시간) 공개된 골드만삭스 리포트에선 “향후 10~15년내 휴머노이드 시장은 600억 달러(약 85조4,280억 원) 규모로 성장할 것”이라고 점쳐졌다. 리포트는 또 “인간처럼 작동하는 로봇이 증가하고 있고 이런 트렌드는 베팅하려는 투자자들에게 향후 10년간 많은 옵션이 있다”며 “휴머노이드가 스마트폰이나 전기차와 같이 널리 보급되는 단말장치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휴머노이드가 미국 제조업의 노동력 부족을 2030년까지 4%, 노인 간호 인력의 부족을 2035년까지 2% 가량 보강하게 될 것”이라고 관측했다. 국내총생산(GDP) 상위 국가들이 현재 처한 저출산 고령화 현상 및 주 4일제 근무 확산, 인력난, 임금 상승세 등까지 감안된 진단으로 풀이된다.
기업들도 분주하다. 대표적인 기업은 테슬라다. 지난 9월30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팰로앨토 본사 사옥에서 열렸던 ‘AI데이 2022’에서 ‘옵티머스’ AI를 들고 나왔다. 옵티머스는 이 자리에서 양팔을 자유롭게 움직이고 느렸지만 직접 걷는 모습까지 보여줬다. 옵티머스를 공개한 테슬라는 향후 5~10년 내 수백 만대 출하 목표도 제시했다.
이에 앞서 영국 휴머노이드 설계 및 제조기업으로 알려진 엔지니어드 아츠는 지난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렸던 ‘소비자가전박람회(CES) 2022’에서 아메카를 소개했다. 당시 아메카는 “왜 마스크를 쓰지 않았냐”고 물어온 한 관람객 질문에 “저는 로봇이어서 마스크도 필요 없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걸릴 가능성 또한 없다”는 재치 넘친 답변으로 화답했다.
20대 직장인 A씨는 회사 면접날만 생각하면 아직도 아찔하다고 했다. 면접에 필요했던 중요한 서류를 갑자기 불어난 노면 전차(트램) 정거장내 승하차객 속에서 놓치고 만 것. 불편한 몸으로 휠체어에 의지한 그의 머리 속은 캄캄해졌고 ‘이번에 못 타면 지각인데…’란 불안감도 엄습했다. 하지만 걱정은 잠시였다. 해당 트램에 탑재된 위험감지 시스템은 출발 속도를 지연시켰고 그에게 서류까지 챙기면서 탑승할 시간도 벌어줬다. 순간, 옆 차선 자동차가 선로에 진입하면서 긴장된 장면도 연출했지만 이를 감지한 트램내 센서 덕분에 충돌도 피했다. A씨는 “늘 막혔던 정체구간내에서 우선신호를 받고 트램이 정상 출발한 덕분에 회사에 입사할 수 있었다”고 당시 기억을 떠올렸다.
영화 속에서나 나올 법한 시나리오로 보이지만 가능성이 충분해진 스토리다. 주변 상황을 실시간으로 감지하고 위험 상황에서도 능동적인 대처가 가능한 자율주행기술이 트램속으로 빠르게 스며들고 있어서다. 교통 신호 준수에서부터 스스로 전방 100m 이내의 보행자와 자동차를 피하면서 사고 예방도 가능해진 셈이다. 자율주행기술이 지상(자동차)과 하늘(에어택시), 해상(보트)에 이어 노면 철로까지 속속 탑재된 모습이다.
한국철도기술연구원은 트램 주행 도중 발생하는 사고나 피해 예방에 적합한 ‘무가선 트램 자율주행기술’을 국내에선 처음으로 개발했다고 지난 1일 밝혔다. 연구원은 이런 시험 내용을 포함한 5분 11초 분량의 동영상을 유튜브에 게재했다. 이 영상에선 트램과 신호등 사이에서 무선 신호로 주고 받는 시스템이나 주행 도중 건널목을 뛰어가는 보행자를 감지, 멈춰선 트램 시뮬레이션이 담겼다. 이어 실제 전방 노선에 스케이트보드 사람 모형이나 자전거 탄 마네킹을 돌출시키고 일시 정지 이후 장애물이 없어진 다음 출발하는 모습도 포함됐다.
이번 시험은 충북 오송의 무가선트램시험선에서 누적 600㎞ 구간에서 실시됐다. 이 구간은 3개 정거장과 4개 교차로 등으로 구성됐고 구간별 제한속도 및 돌발 상황 등이 미션으로 주어졌다. 무가선 트램이란 공중의 전원 공급 장치 없이 배터리로 운행하는 노면 전차를 말한다.
트램의 가장 큰 장점은 역시 수송능력이다. 트램 1편성은 승용차 174대, 버스 3대 등의 수송능력과 버금간다. 친환경에도 적합하다. 실제 에너지 소비량을 살펴보면 승용차 174대는 5,500킬로와트시(㎾h), 버스 3대는 716㎾h 등으로 산출된 반면 트램 1편성의 경우엔 360㎾h면 족하다. 교통약자들에게도 유용하다. 노면에 설치된단 점에서 노약자나 장애인들의 승하차가 용이하다. 대중교통의 필수인 정시성은 기본이다. 전용노선으로만 운행되면서다.
경제성 또한 장점이다. 일반적으로 1㎞당 중전철은 1,300억 원이, 경전철은 600억 원이 각각 필요하지만 트램은 200억 원이면 충분하다.
다만, 일반 도로에서 차량과 함께 운행되는 만큼 교통사고에 대한 가능성은 풀어야 할 숙제다. 이번에 연구원에서 교통 사고율을 줄이기 위해 자율주행 기술에 공을 들인 이유도 이 때문이다. 여기에 트램 설치로 줄어들 2~3개의 차로와 관련, 점쳐진 차량 정체도 과제다.
철도연 관계자는 “자율주행기술은 안전하고 편리한 트램을 운영하는 핵심이 될 것”이라며 “생활 속 대중교통 수단으로 우리 삶을 더욱 안락하게 해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철도연에 따르면 현재 트램은 전 세계 50여개국내 400여 도시에서 2,300여개 노선으로 운영 중이다. 국내에선 이르면 2025년부터 위례 신도시와 대전, 동탄 등에서 상용화에 착수할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