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술핵 대신 전략자산 확대 합의한 韓美 국방

입력
2022.11.05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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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국방장관이 3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에서 한미안보협의회의(SCM)를 갖고 북한 핵·미사일 위협에 맞서 미 전략자산을 상시 배치 수준으로 한반도에 전개하고, 북한 핵공격을 상정한 '핵우산 훈련'을 매년 공동 실시하기로 합의했다. 또 미국의 확장억제 정책 수행 과정에서 정보 공유 등 사전 공조를 강화해 한국의 발언권을 높이기로 했다.

장관들은 공동성명과 기자회견에서 "전술핵을 포함해 북한이 핵을 사용한다면 김정은 정권은 종말을 맞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군사외교 문서라 할 수 있는 SCM 성명에 '북 정권 종말' 표현을 언급한 건 처음이다. 두 사람은 회의 장소 인근에 있는 미 공군기지를 찾아 핵심 전략자산인 B-52, B-1B 폭격기 앞에 나란히 선 장면도 연출했다.

이번 회의는 남북 9·19 군사합의와 유엔 안보리 결의를 수시로 위반하며 무력 도발 수위를 높이고 있는 북한을 향한 한미 동맹의 강력한 경고다. 북한은 이달에만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1발을 포함해 최소 33발의 미사일을 난사하면서 7차 핵실험 감행 여지를 넓히고 있다. 첨예한 한반도 위기 국면에 한미 군 최고책임자들이 천명한 단호한 대응 의지는 미국 핵우산 정책의 신뢰도를 높이고 북한의 오판을 견제하는 효과를 낼 것으로 기대된다.

이종섭 장관은 기자회견에서 "전술핵 재배치를 고려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국내 일각에서 제기되는 전술핵 배치나 핵무장 주장과 거리를 두면서 확장억제 강화로 한반도 비핵화를 실현한다는 정책적 선택을 분명히 한 것이다. 다만 미국의 전략자산 전개 확대 약속이 '립서비스'가 되지 않도록 정부와 군 당국이 맞춤형 억제전략 개정을 포함한 향후 한미 간 협의 과정에서 국익이 관철되도록 힘써야 한다.

위기 상황 관리를 위한 정부의 다각적 노력도 뒤따라야 한다. 당장 유엔 안보리가 4일 북한 탄도미사일 발사 문제를 논의하기 위한 공개회의를 개최한 만큼 북한을 압박할 국제적 여론을 조성할 장으로 삼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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