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이태원 압사 참사 이후 첫 주말인 5일 도심 집회 풍경이 일주일 전과 사뭇 다를 것으로 전망된다. 일부 시민단체가 국가애도기간을 맞아 예정된 집회를 취소한 반면, 일부는 이태원 참사를 계기로 추모 집회, 추모 모임을 새로 신고했다. 참사 후 첫 주말 대규모 집회에 온라인 찬반 양론 의견이 엇갈린 가운데 교육당국이 학생들의 주말 집회 참여를 ‘모니터링 해달라’는 공문을 보낸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되고 있다.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은 참사 이틀 후인 지난달 31일 전 간부회의를 열고 5일 예정한 전국노동자대회를 취소했다. 이지현 한국노총 대변인은 4일 "대회를 준비하려면 최소 석 달 이상이 필요하다"며 "김동명 위원장이 참사 직후에 집회가 국민정서와 맞지 않는다고 판단해 각 산별노조에 의견을 묻고 양해를 구했다. 세월호 침몰 참사 때도 마찬가지였다"고 말했다. 한국노총 전국노동자대회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이전 통상 2만 명 이상이 참가했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역시 국가애도기간인 5일까지 출근길 지하철 점거 시위를 중단했다. 전장연은 참사 다음 날인 30일 아침 곧바로 보도자료를 내고 "이태원 비극적 참사로 고통과 공포 속에 돌아가신 분들에 대한 추모기간을 가지기로 하고, 용산구 삼각지역에서 진행하고 있는 지하철 선전전과 삭발투쟁을 일주일간 진행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매주 토요일 광화문 일대에서 '주사파 척결 국민대회'를 이어갔던 자유통일당 역시 5일 예정된 집회를 취소했다. 자유통일당은 2일 낸 성명에서 "참사로 희생된 분들을 애도하고 그 유가족분들의 슬픔을 함께 하는 의미로, 매주 진행하던 토요일 광화문 집회를 이번 주에는 진행하지 않게 되었음을 알려드린다"고 밝혔다. 촛불중고생시민연대 역시 5일 예정했던 제1차 윤석열퇴진중고생촛불집회는 12일로 연기했다.
일부 단체는 집회 주제를 '이태원 희생자 추모'로 바꿔 이어가거나, 이태원 참사를 계기로 새로 추모 모임을 갖기도 한다.
윤석열 대통령의 퇴진 요구 집회를 매주 이어간 시민단체 촛불승리전환행동은 5일 '이태원 참사 희생자 추모 시민촛불'을 주제로 서울 시청역 일대에서 대규모 집회를 예고했다. 다만 예전 집회와 달리 "추모행사에 적합한 복장으로 자리해달라. 검은색 근조 리본과 추모 손피켓은 나눠드릴 예정"이라고 안내했다. 안전사고 우려가 큰 시기인 만큼 거리행진도 생략한다. 촛불행동 측은 집회 일정을 안내하며 "참사로 인해 이태원에서 희생된 분들을 진심으로 추모하고 진상규명, 책임자 처벌이 될 수 있게 힘과 마음을 모아달라"고 밝혔다.
청년정의당·청년진보당·청년녹색당·진보대학생네트워크·청년하다 등 10여 개 청년단체는 이태원역에서 추모 시위를 연다. 청년단체들은 112신고 녹취록이 공개된 지난 2일부터 매일 첫 신고시간인 오후 6시 34분, 이태원역 4번 출구에서 1시간가량 침묵시위를 이어가고 있는데, 애도기간이 끝나는 5일에는 오후 2시 침묵시위를 연 뒤 용산 대통령 집무실로 행진할 예정이다.
주최 측 인사의 야당 활동 이력이 입방아에 올라 집회가 취소된 사례도 나왔다. 시민단체 '이심민심'은 5일 세종대로 일대 집회를 예고했다가 단체를 총괄하는 임모 대표가 더불어민주당 대전환선대위 시민사회위원회 상임본부장으로 활동한 이력이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 공유되며 부적절하다는 여론이 일자 3일 취소했다.
5일 시민단체들의 집회 소식이 알려지자 온라인에서는 찬반양론이 벌어지고 있다.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서는 "한국은 스토리 있는 사고에만 관심이 많다"(현대차 직원), "고인을 정치에 이용한다"(삼성전자 직원) 등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다. 반면 집회 안전 우려에 대해 "사람이 모였다고 다 사고가 나는 게 아니다"(넥슨 직원) "안 밀고 질서 정연하게 자리 잡고 넓은 장소에서 (집회)해서 밀도가 다르다"(삼성디스플레이 직원) 등의 반박도 나왔다.
5일 집회를 취소한 단체들도 '다양한 애도 방식이 허용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지현 한국노총 대변인은 "노동자대회를 취소한 건 압사 참사 직후 노동자 권리 외치려고 모이는 게 도리가 아니기 때문"이라며 "추모를 위한 집회는 당연히 존중돼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