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쩡한 반려동물 안락사 알선행위 금지시켜주세요'라는 제목으로 보도(10월 28일)한 애니청원에 포털사이트와 한국일보닷컴, 동물권행동 카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공감해주신 분이 3,360여 명에 달했습니다.
반려동물을 쉽게 안락사 시키는 데 악용될 수 있는 반려동물 안락사 알선행위를 금지시켜달라는 몰티즈 '버트'가 낸 청원에 많은 이들이 공감해주셨는데요. 해당 안락사 알선업체와 수의사를 경찰에 고발한 카라 신주운 정책팀장에게 고발 배경을 물었습니다. 동물권 연구단체 피앤알(PNR) 대표인 서국화 변호사와 동물법 전문 한재언 변호사로부터는 알선행위를 막기 위한 대책, 나아가 무분별한 안락사를 막기 위한 동물보호법 개정 방향을 들어봤습니다.
-반려동물 안락사 알선행위 업체와 수의사를 고발한 배경은 뭔가요.
"일부 업체가 동물병원과 제휴해 '조건 없는 안락사'를 중계하고 있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실제 알선업체에 전화를 걸어 반려동물을 안락사시키고 싶다고 묻자 조건 없이 날짜와 시간만 정하면 가능하다는 답변을 받았습니다. 해당 행위가 동물보호법 제8조 제1항 제4호를 위반했다고 보고 알선업체와 수의사를 경찰에 고발했습니다. 수의학적 처치의 필요 등 정당한 사유 없이 동물을 죽음에 이르게 했다고 봤기 때문입니다." (신주운 카라 정책팀장)
-반려동물 알선행위를 막기 위한 대책이 있다면요.
"의사는 의료법, 약사는 약사법, 변호사는 변호사법에서 알선금지 규정을 두고 있습니다. 국민의 생명과 재산에 영향을 끼칠 수 있어서인데요. 수의사법에는 단순히 대상이 동물이라는 이유로 관련 규정이 없습니다. 수의사 동물 진료행위 역시 고도의 전문성을 갖추고 생명을 다루는 행위로 공익적 성격이 있기 때문에 알선행위는 금지돼야 합니다. 나아가 자신이 반려인이라는 이유로 반려동물의 생명을 좌지우지할 수 없다는 문화가 확산돼야 합니다." (서국화 변호사)
"수의사가 치료하는 동물을 '물건'으로 생각해 수의사법에는 알선금지 규정이 없습니다. 이제 반려동물은 물건이 아니라 가족 구성원으로서의 존재 가치가 있으므로 수의사도 공익적 성격을 감안해 알선행위를 금지해야 합니다. 궁극적으로는 사람들이 동물을 쉽게 입양하지 못하도록 해야 합니다. 쉽게 동물을 사오기 때문에 버리는 것도, 안락사도 쉽게 여기는 것 같습니다." (한재언 변호사)
“근본적으로는 생명경시 풍조를 낳게 하는 강아지 공장과 펫숍이 사라져야 합니다. 또 동물을 키우기 전 신중하게 고민한 후 가족으로 들이는 입양문화가 자리 잡아야 합니다. 나아가 앞으로 새롭게 시행될 예정인 '사육포기 동물인수제'를 제대로 운영하는 것도 필요합니다. 구체적 방안을 세우고 제대로 시행한다면 멀쩡한 동물을 안락사하는 행위를 줄일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신주운 카라 정책팀장)
-현행법상 무분별한 안락사를 막는 데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많습니다.
"현행 동물보호법은 동물을 '정당한 사유' 없이 죽음에 이르게 하는 행위만을 금지하고 있습니다. 시행규칙에 규정된 금지행위는 △사람의 생명·신체에 대한 직접적 위협이나 재산상의 피해를 방지하기 위하여 다른 방법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동물을 죽음에 이르게 하는 행위 △동물의 습성 및 생태환경 등 부득이한 사유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해당 동물을 다른 동물의 먹이로 사용하는 경우 등 2가지뿐입니다. 그 이외의 사유로 동물을 죽이더라도 동물학대로 처벌을 못 하는 것이죠. 정당한 사유, 즉 죽음에 이르게 할 수 있는 이유를 시행규칙에 규정해야 합니다." (한재언 변호사)
"안락사는 인위적으로 동물을 죽음에 이르게 하는 행위인 만큼 동물보호법에 안락사 허용 여부에 관한 규정만을 추가하는 방식보다는 여러 차례 개정 필요성이 부각되어 온 8조 1항의 전체적 구조를 개선할 필요가 있습니다. 동물을 죽이는 행위는 금지된다는 원칙을 명확히 규정하고, 예외적으로 처벌되지 않는 사유를 제시하면서 안락사가 허용되는 경우를 구체적으로 규정하는 방식으로 개선해야 합니다." (서국화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