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규직·대기업 종사자 늘리면 저출산 해결된다?" 한경연의 '이상한' 셈법

입력
2022.11.04 10:00
15~49세 노동패널 조사자료 분석


정규직과 비정규직으로 구분된 노동시장의 이중구조를 해소해야 출산율을 높일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한국경제연구원은 3일 '종사자 특성에 따른 혼인율 및 출산율 비교 분석' 보고서를 공개하며 이같이 밝혔다. 한국노동패널 자료(2001~2020년)를 토대로 종사자 특성이 결혼과 출산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해 보니, 정규직과 대기업 종사자의 결혼·출산 확률이 비정규직·중소기업 종사자보다 높다며 노동시장 개혁을 촉구한 것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연간 정규직 종사자 100명 중 5.06명이 결혼한다고 추정했다. 이는 비정규직(100명 중 3.06명)보다 결혼 확률이 1.65배 높은 수치다. 15~49세를 대상으로 성별, 연령, 교육 수준, 거주 지역, 산업 분야 등 개인의 특성이 모두 일정하다는 전제로 이뤄진 분석이다.

종사자가 재직 중인 기업 규모에 따라 출산율도 차이가 났다. 대기업 종사자(100명 중 6.05명)가 중소기업 종사자(4.23명)보다 1.43배 혼인 확률이 높았다. 한경연 측은 "한국은 혼인 외 출산이 흔한 외국과 다르게 결혼이라는 제도 속에서 출산이 이뤄져 결혼율과 출산율이 밀접한 관계에 있다"고 설명했다.

한 해 출산 확률 역시 정규직은 비정규직의 약 1.89배, 대기업 종사자는 중소기업 종사자의 1.37배 각각 높았다. 다만 첫째 출산자를 대상으로 이뤄진 둘째 출산 확률은 통계적으로 의미 있는 차이가 발견되지 않았다.


"정규직 고용보호 완화, 임금체계 개편 등 노동개혁 연계해야"


한경연은 이런 통계를 반영해 저출산 문제 해결을 위해선 출산 장려책뿐 아니라 ①노동시장 이중구조를 해소하고 ②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할 노동개혁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구체적으로 정규직 확대를 위해 고용보호를 완화하는 동시에, 기업의 정규직 고용 인센티브를 늘리고, 성과급·직무급 임금체계로 개편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중소기업 정책은 보호 중심에서 경쟁력을 키울 수 있는 방향으로 바꿔 고임금 부담이 가능한 중소기업의 생산성 향상을 이뤄내야 한다고 했다.

그러나 이러한 노동시장 개혁은 정부뿐만 아니라 노동조합의 동의와 함께, 부가가치가 낮은 제조업 중심의 산업에서 미래형 산업으로 큰 전환이 있어야 하기 때문에 실효성에 의문이 든다. 유진성 한경연 선임연구위원은 "단기적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과제인 게 사실"이라며 "정부가 의욕적으로 기업들과 개혁해 나가야 하며 구성원들도 미래 세대를 위해 변화해야 한다는 절실함이 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박관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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