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이태원 참사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를 공식 요청했다. 박홍근 원내대표는 3일 “수사 대상이 수사를 담당하고 심판받을 자가 아무 책임을 지지 않는 사태를 더는 방치할 수 없다”며 “내주 본회의에서 국정조사 요구서를 처리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은주 정의당 원내대표도 “환영한다”고 밝혔다. 112 신고 녹취록을 통해 경찰의 대응이 얼마나 부실했는지 드러나고, 행안부 장관과 경찰청장에 대한 엉터리 보고를 보면서 재난 컨트롤타워의 작동 자체가 의심스러워진 상황에 국회 차원의 책임 규명이 반드시 필요하다. 여당은 국정조사를 정치 공세로 몰 게 아니라 다시는 이런 참사가 없게 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하고 동참해야 마땅하다.
이미 경찰이 특별수사본부를 꾸려 참사 원인을 수사 중이지만, 경찰 수사로는 한계가 있다. 우선 사고 전 수많은 신고에도 대응에 실패한 경찰 내부 문제를 ‘셀프 수사’로 밝힐 수 있을지 의문이다. 또한 경찰청장, 행안부 장관, 대통령으로 이어지는 보고와 지시, 즉 최고 결정권자의 재난 대응이 적절했는지를 규명해야 하는데, 이는 경찰이 수사할 수준을 넘어선다. 주최가 없는 축제일수록 지자체와 경찰의 관리 책임이 큰데도 매뉴얼 뒤에 숨은 용산구와 서울시 문제도 살펴야 한다. 참사를 막아야 하는 책임은 단지 사법적 문제가 아닌 만큼 국회가 국정조사를 통해 정치적 책임을 묻고 재발방지책을 제도화해야 한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국정요구서를 본 다음에 수용 여부, 범위와 시기를 판단하겠다”고 말했는데, 국가애도기간에 연연하지 말고 조속히 절차에 착수하기 바란다. 정진석 비대위원장은 전날 여야정 사고조사위원회를 제안했지만 지금은 정부가 조사 주체로 나설 때가 아니다. 정부는 참사를 사고로, 희생자를 사망자로 부르는 등 사건을 축소하면서 여전히 국민 생명보다 책임 모면을 우선시하고 있다. 진정한 애도는 책임을 제대로 규명하고 비극이 반복되지 않도록 만들 때 비로소 가능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