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미사일 '역대 최다' 하루에만 25발 쐈다... NLL 넘은 건 처음

입력
2022.11.02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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軍, 경계태세 2급으로 격상하고 
전투기 띄워 NLL 이북 맞불 사격

북한이 2일 북방한계선(NLL) 이남의 우리 영해 인근으로 미사일을 쏘는 도발을 감행했다. 이날 하루에 동·서해상으로 발사한 미사일만 25발 가량으로 역대 최대치다. 이 가운데 동해상으로 쏜 탄도미사일 중 1발은 강원 속초에서 동쪽으로 불과 57㎞, 울릉도에서 서북쪽으로 167㎞ 떨어진 거리에 낙하했다. 방사포나 해안포가 아닌 북한 탄도미사일이 NLL을 넘어 우리 영해(12해리·22㎞)에 근접해 떨어진 건 남북 분단 이후 처음이다.

군 당국은 경계태세를 3급에서 2급으로 격상하고 전투기를 동원해 NLL 이북으로 맞대응 사격에 나섰다. 우리 군이 NLL 이북으로 미사일을 쏜 것도 이번이 처음이다.

軍 "하루에 北미사일 이렇게 많이 쏜 적 없어"

합동참모본부에 따르면 북한은 이날 오전 6시 51분부터 오후 5시 10분까지 네 차례에 걸쳐 총 25발 가량의 탄도미사일과 지대공 미사일을 동·서해상에서 잇따라 발사했다. 군 관계자는 “하루에 미사일을 이렇게 많이 발사한 적이 없었다고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미사일의 세부 제원은 분석 중이다.

특히 오전 8시 51분쯤 강원 원산 일대에서 동해상으로 발사한 단거리탄도미사일(SRBM) 3발 가운데 1발이 NLL 이남 26㎞ 지점 공해상에 낙하했다. “나머지 두 발은 다른 방향으로 날아갔다”는 군 관계자의 설명을 감안할 때 의도적으로 남측으로 방향을 틀어 쏜 것으로 보인다. 그간 북한이 쏜 미사일은 동해상으로 일직선 방향으로 날아갔다. 다만 우리 영해 인근에 떨어진 미사일이 동해상으로 가다가 다른 이유로 낙하한 것인지, 의도적으로 떨어트린 것인지는 분석이 필요하다고 합참은 전했다.

북한 미사일이 우리 영해 인근에 떨어지면서 경북 울릉군 전역에는 최초로 공습 경보가 발령돼 주민들이 한때 긴급 대피했다. 북한 도발에 따른 공습 경보는 2016년 2월 '광명성 4호' 발사 이후 6년 9개월 만이다.

도발 9시간 전 북한군 서열 1위인 박정천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은 담화를 통해 “미국과 남조선이 우리에 대한 무력을 사용할 경우, 끔찍한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고 위협한 바 있다. 이번 무력 도발이 현재 진행 중인 한미연합 공중훈련 ‘비질런트 스톰’을 겨냥한 것임을 공개적으로 표명한 것이다.

윤 대통령 "실질적 영토침해 행위" 규탄

윤석열 대통령은 긴급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직접 주재하며 북한의 이날 도발을 “실질적 영토침해 행위”로 규정하고 엄정한 대응을 지시했다. 윤 대통령은 페이스북 메시지에 "우리의 국가 애도기간 중에 자행된 북한의 도발 행위에 깊은 분노를 느낀다"고 적었다. NSC 참석자들도 "국가애도기간에 감행된 이번 도발이 인륜과 인도주의에 반하는 북한 정권의 모습을 여실히 보여주는 것"이라고 개탄했다.



우리 군 당국은 전투기를 띄워 대응 사격에 나섰다. 합참은 “우리 공군 전투기 F-15K와 KF-16의 정밀 공대지미사일 3발을 동해 NLL 이북 공해상, 북한이 도발한 미사일의 낙탄 지역과 상응한 거리의 해상에 정밀사격을 실시했다”고 말했다. 사격은 오전 11시 10분부터 낮 12시 21분까지 이뤄졌으며, 공대지 미사일 슬램-ER과 스파이스-2000이 동원됐다. 군 당국은 “국방부도 합참과 공동위기관리시스템을 가동해 대응하고 있다”고 밝혔다.

북한은 이날 포사격도 감행했다. 오후 1시 17분부터 강원 고성군 일대에서 동해상 NLL 북방 해상 완충구역으로 100여 발의 포를 발사했다.

김승겸 합참의장은 이날 폴 라캐머라 한미연합사령관과 한미 간 공조회의를 통해 북한 탄도미사일 발사 상황을 긴밀히 공유하고, 북한의 위협과 도발에 대해 연합방위태세를 더욱 굳건히 할 것을 확인했다.


정승임 기자
김진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