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릉군 공습경보에 공무원이 주민보다 14분 먼저 대피했다

입력
2022.11.02 1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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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뉴얼에는 '비상근무·경계강화'인데
9시 5분 내부 메신저로 전 직원 대피
9시 19분 휴대전화로 주민 대피 안내
남한권 군수 "군민께 죄송… 시정할 것"


북한이 2일 오전 울릉도 부근에 탄도미사일을 발사해 경북 울릉군 전역에 공습경보가 발령됐다. 하지만 울릉군이 공무원을 먼저 대피시키고 뒤늦게 주민들에게 대피 문자를 발송한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일고 있다. 울릉군에 울린 첫 공습경보에 공무원과 주민들이 우왕좌왕하면서, 인구 9,000여 명의 섬 전체는 혼란에 빠졌다.

한국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이날 오전 8시 55분쯤 울릉군 여러 곳에 공습경보 사이렌이 2분 정도 울렸다. 중앙민방위경보통제센터가 오전 8시 54분쯤 항공우주작전본부로부터 요청을 받고, 1분 후 공습경보를 발령했다. 오후 2시쯤 공습경보를 해제하고 경계경보로 대체했다.

울릉군 전역에 공습경보가 내려지긴 이번이 처음이다. 울릉군은 오전 9시 1분쯤 행정안전부(행안부) 연락을 받은 뒤, 실제 상황이란 사실을 인지했다. 행안부는 울릉군 안전건설과에 설치된 ‘상황전파메신저(NDMS·국가재난안전관리시스템) 단말기’로 "북한에서 동해상으로 미상의 탄도미사일을 발사해 8시 55분경 울릉군 지역에 공습경보가 발령됐으니 조치하시기 바랍니다"라는 메시지를 발송했다.

행안부 국민재난안전포털 국민행동요령에는 공습경보 시 ‘모든 행정기관은 비상근무 태세를 갖추고 자체경계를 강화해야 한다’고 돼있다. 그러나 울릉군은 9시 5분 주민들보다 먼저 공무원들에게 대피를 지시했다. 내부 통신망인 온나라 메신저를 통해 “공습경보 발령. 전 직원 지하 대피. 실제 상황. 즉시 대피 바람”이라는 쪽지를 발송한 것이다. 공무원들은 이에 일제히 지하 대피실로 이동했다.

울릉군은 공무원 대피 지시 15분 뒤인 오전 9시 19분쯤 주민들에게 대피를 공지했다. 군은 ‘울릉알리미’로 “북한에서 동해항으로 미상 탄도미사일 발사. 울릉군 지역에 공습경보 발령. 주민 여러분께서는 지하시설 등으로 대피해 주시기 바랍니다”라고 메시지를 보냈다. 하지만 울릉알리미는 휴대폰 애플리케이션(앱)을 설치하지 않으면 문자를 받을 수 없어 중장년 군민들은 이마저도 제대로 확인하지 못했다.

울릉군의 대피 공지가 지체되는 사이 공습경보를 들은 주민들은 집 밖으로 나와 상황을 파악하는 데 분주했다. 더구나 대다수 주민들은 울릉군 내 대피소가 어디에 위치한지 몰라 대피 문자를 받고도 우왕좌왕했다. 심지어 사이렌을 전혀 듣지 못한 주민들도 있었다.

울릉읍 저동리의 한 주민은 “저동리 지역에는 공습경보 사이렌도 울리지 않았다”며 “공무원들이 가상 훈련 때는 민방위복 차림으로 주민 대피를 유도하더니 왜 실제 상황에선 아무도 없는 것이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남한권 울릉군수는 "일부 직원들은 대피했으나, 많은 직원이 지역 곳곳을 다니며 주민 대피를 안내했다”며 “군민들에게 죄송한 마음이며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합동참모본부에 따르면 이날 북한은 동해상으로 단거리 탄도미사일 3발을 발사했고, 이 중 1발은 동해상 북방한계선(NLL) 이남 공해상에 떨어졌다. 탄착 지점은 NLL 이남 26㎞, 속초 동방 57㎞, 울릉도 서북방 167㎞라고 군은 밝혔다. 미사일 방향이 울릉도 쪽이었기 때문에 공군 중앙방공통제소(MCRC)와 탄도탄 경보 레이더 등과 연계된 중앙민방위경보통제센터는 울릉군에 공습경보를 발령했다.

이날 울릉군에 내려진 공습경보는 오후 2시쯤 경계경보로 대체됐고, 오후 10시 경계경보도 해제됐다.

울릉= 김정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