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유의 NLL 이남 北미사일 발사… 비상한 대비 태세를

입력
2022.11.03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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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사일 20여발 발사...영해 부근 낙하도
울릉도 공습경보 후 늑장문자로 혼란


북한이 2일 북방한계선(NLL) 너머로 미사일을 발사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오전 8시 51분 강원 원산 일대에서 발사된 북한 단거리 탄도미사일(SRBM) 3발 중 하나가 동해 NLL 이남 26㎞ 해상에 떨어진 것으로, 미사일 진행 방향에 있던 울릉도엔 공습경보가 발령됐다. 낙탄 지점이 공해상이라지만 영해 부근이고 속초에선 57㎞밖에 떨어지지 않았다.

윤석열 대통령이 긴급 국가안전보장회의(NSC)에서 지적한 대로 우리 영토를 실질적으로 침해한 행위로 도저히 묵과할 수 없다. 탄도미사일을 쐈으니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 결의 위반, 남북 해상완충구역을 침범했으니 9·19 군사합의 위반이다. 북한은 이날 동서 해상에 20여 발의 미사일을 쐈는데, 우리가 이태원 참사로 국가애도기간을 갖고 있는 와중에 대규모 군사 도발을 했다는 점에서 반인륜적이다.

군은 즉각 경계태세를 2급으로 높이고, 낙탄 지점과 상응하는 거리에 있는 NLL 이북 해상에 공군 전투기로 정밀 공대지미사일 3발을 발사했다. 윤 대통령은 취임 후 두 번째로 직접 NSC를 주재했다. 동해상 일부 항공로는 24시간 폐쇄됐다.

북한의 미사일 도발은 한미 연합공중훈련 '비질런트 스톰'에 대한 반발로 보인다. 240대가 넘는 군용기가 참가했고 스텔스 전투기 F-35B, 핵 추진 잠수함 키웨스트함 등 미 핵심 전략자산이 동원된 터라, 북한은 이달 1일 외무성 담화, 2일 군부 1인자 박정천의 담화로 비난 수위를 높여왔다. 남한을 겨냥한 전술핵무기 운용 능력을 과시하며 7차 핵실험 명분을 쌓으려는 의도도 읽힌다.

주목할 점은 이전 한미 연합훈련 땐 '말폭탄'에 그쳤던 북한의 대응 방식이 무력 도발로 전환했다는 점이다. 지난달 해상 훈련 때도 북한은 하루가 멀다 하고 탄도미사일을 쐈다. 한미 훈련 일정이 정상화하는 과정에서 상시적 긴장을 피하기 힘들고 북한이 국지 도발로 수위를 높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정부는 북한 도발에 단호하게 대응할 수 있는 군사적 태세를 갖추는 동시에, 우발적 충돌이 전면전으로 비화하지 않도록 상황 관리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

민방위 경보 체계 점검도 필요하다. 이날 울릉도 주민들은 공습경보가 울린 뒤 25분이 지나서야 지하시설로 대피하라는 안내 문자를 받았다. 재난문자 발송 책임이 있는 관할 지자체와 중앙정부 간 소통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탓이다. 실제 상황이었다면 어땠을지 아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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