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위기 때마다 수면 위로… 미 핵잠수함 방한의 역사

입력
2022.11.06 09:00




최근 북한의 잇따른 도발로 한반도의 긴장이 고조되는 가운데, 나흘 전 부산에 입항한 미 해군의 핵추진 잠수함에 관심이 쏠린다. 미 국방부는 지난 1일 로스엔젤레스(LA)급 핵추진 잠수함 '키웨스트(SSN 722)함'의 부산 입항 사실을 공개했다.

통상 핵잠수함은 극비리에 활동하는 전략 자산으로, 동선을 밝히는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미 국방부가 "인도 태평양 지역 배치의 일환으로, 계획된 항구 방문 일정에 따른 것"이고 밝혔지만, 키웨스트함의 방한은 갈수록 도발 빈도와 강도를 높이고 있는 북한에 대한 간접 경고로 해석된다.

미 핵잠수함은 과거 북한의 도발이 이어지거나 위기가 감지될 때마다 한반도를 찾았다. 2012년 4월 북한이 인공위성 발사를 명분으로 사거리 1,300km의 대포동 2호를 시험 발사하는 등 도발을 감행하자 그 해 10월 '오하이오함(오하이오급)'이 부산기지에 입항했다. 오하이오함은 '팀스프리트'로 불리던 한미 연합훈련이 '키리졸브로' 격상된 2008년에도 한국을 방문했다.


2013년 1월 말에는 LA급 '샌프란시스코함'이 진해항에 입항했다. 1차 핵 위기와 김일성 사망으로 한반도에 위기감이 감돌던 1994년 방한한 이후 19년 만이다. 북한은 2주 후인 2월 중순 3차 핵 실험을 감행했는데, 샌프란시스코함의 방한은 핵 실험을 사전에 예상한 움직임이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북한은 2017년 5월 탄도미사일 도발에 이어 9월엔 5차 핵실험을 감행하고, 11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쏘아댔다. 북한의 도발이 이어지는 동안 미 핵잠수함의 움직임도 분주했다. 그해 4월 키리졸브 및 독수리훈련에 참가했던 유도미사일함 '미시간함(SSN 727)'이 10월 다시 부산항에 모습을 드러냈다. 같은 해 6월엔 LA급 '샤이엔함(SSN 773)'이, 11월에는 버지니아급 공격용 잠수함 '텍사스함(SSN 775)'이 한국을 찾았다.




미군 잠수함 중 최대 규모인 미시간함은 최대 사거리 2,500㎞에 달하는 'BGM-109 토마호크' 순항미사일을 최대 154기까지 탑재할 수 있다. 배수량 1만8,750t에 길이 170m, 폭 12.8m로 150여 명의 승조원을 태우고 37㎞/h 속도로 이동하며, 수심 243m까지 잠항이 가능하다.

배수량 7,800t으로 버지니아급인 텍사스함은 수심이 낮은 연안에서도 작전이 가능해 특수부대를 태우고 특수작전을 지원하는 역할도 한다. 길이 114.8m, 너비 10.4m로 토마호크 미사일 12기를 탑재하고 승조원 130여 명이 탑승할 수 있다.

올해 들어 북한의 도발이 최고조에 달하고 있는 가운데, 9월 말경에는 LA급 '애나폴리스(SSN 760)함'이 한반도로 향했다. 애나폴리스함은 당시 국내 입항은 하지 않았으나 동해 공해상에서 실시된 한미일 합동 대잠전 기동훈련에 참가해 가상의 북한 SLBM 잠수함 역할을 하기도 했다.




한편, 이번에 입항한 키웨스트함은 6,900t급 공격용 핵추진 잠수함으로, 핵무기를 탑재하진 않았으나 사거리 3,100km의 토마호크 순항미사일과 사거리 130km의 하푼 대함미사일과 같은 강력한 무기체계를 갖추고 있다. 전장 110m, 너비 10m, 최대 잠수 깊이 450m, 최고 속도는 시속 25노트(45㎞/h 이상)로 잠항 속도와 은밀성, 타격 능력이 탁월한 것으로 알려졌다.

키웨스트함과 같은 극비 전략자산의 한반도 전개에도 북한은 아랑곳하지 않는 모습이다. 7차 핵실험 가능성이 높아지는 가운데, 북한은 최근 한미 연합공중훈련 '비질런트 스톰'에 강력 반발하며 30발 이상의 미사일을 퍼붓는 등 한반도 위기를 고조시키고 있다.








홍인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