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좋아하는 예쁜 아이였는데"... 유일한 대구 희생자 발인

입력
2022.11.02 08:55
2일 오전 이태원 희생자 중 유일한 대구시민 발인
종소리 멎을 때 마다 빈소엔 울음소리
유가족 20여 명 영결식장까지 무거운 발걸음
명복공원 거쳐 경북 성주군 한 사찰에 안치

서울 이태원 핼러윈참사에서 숨진 156명 중 유일한 대구시민인 A(24)씨의 발인식이 2일 유가족의 오열 속에 대구에서 엄수됐다.

2일 오전 6시30분쯤 A씨의 시신이 안치된 대구 달서구 B병원 장례식장 빈소. 밤낮 없이 울음소리가 끊이지 않은 빈소에 60대 스님이 들어섰다. 곧 빈소에서는 유가족들이 일어선 채 분향실을 향해 양손을 모으고 고개를 숙였고, 종소리와 제문을 읽는 소리가 새어 나왔다. 중간중간 잠시 종소리가 멎을 때 마다 유가족들의 울음소리는 장례식장에 울려 퍼졌다.

발인식은 오전 7시21분 시작됐다. 영정사진 속 A씨의 밝은 모습과 유가족 20여 명의 표정은 극명하게 대비됐다. 한 유가족은 연신 휴지로 눈물을 닦았고 머리가 희끗한 다른 유가족은 양손을 꽉 모은 채 걸었다. 빈소에서 영결식장까지 이어지는 30여m 구간은 무겁고도 침통했다.

3남매 중 둘째로 가족에게 유일한 딸인 A씨는 지난달 29일 친구들과 이태원에 갔다가 참변을 맞았다. 참사 당시에도 친구들과 손을 잡고 있던 A씨는 친구에게 휴대전화를 건넨 채 몰려드는 군중에 손을 놓쳤고 그게 마지막 모습이 됐다. 유족들은 A씨의 친구에게서 실종 소식을 접했다.

앞서 A씨의 지인은 "A씨는 그림을 무척 좋아하는 예쁜 아이였다"며 몸을 가누지 못했고 유족들은 "가족을 먼저 생각하던 바른 아이였다"고 회상했다.

서울 보라매병원에 안치됐던 A씨의 시신은 사고 이틀 뒤인 지난달 31일 오후 대구로 옮겨졌고 빈소 앞에는 근조기와 화환 등이 놓였다. A씨는 명복공원을 거쳐 경북 성주군의 한 사찰에 안치된다.

한편 이태원에서 숨진 C(23)씨는 대구에 사는 가족들의 희망대로 대구 동구의 한 장례식장에 안치됐다 이날 오전 발인한다.

류수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