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곧 돌아올 것이다.”
지난해 6월 13일(현지시간) 자신에게 반기를 든 반(反)네타냐후 연립정부가 이스라엘 의회에서 승인을 받자 베냐민 네타냐후(73) 당시 총리는 이렇게 말했다.
이후 1년 5개월간 제1 야당 대표로 지내며 칼을 갈아온 그가 다시 정권의 한 가운데로 돌아온다. 1일 치러진 이스라엘 총선에서 네타냐후 전 총리가 주도하는 ‘우파 블록’이 과반 이상을 손에 넣었다는 출구조사 결과가 나왔다.
현지 방송사 채널13, 채널12, 공영방송 칸이 이날 투표 종료 후 발표한 출구조사 결과에 따르면, 네타냐후 전 총리 측 우파 블록은 전체 120석의 의회 의석 중 과반인 61∼62석을 차지할 것으로 예상됐다.
네타냐후 전 총리가 대표로 있는 우파 정당 ‘리쿠드당’의 예상 의석수는 30∼31석, 극우 정당연합 ‘독실한 시오니즘 당’은 14∼15석, 초정통파 유대교 정당인 ‘샤스’는 10석, 보수 유대 정치연합인 ‘토라유대주의연합(UTJ)’은 7석을 확보한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지난해 3월 총선 당시 6석을 얻는 데 그쳤던 극우 정당 연합인 ‘독실한 시오니즘 당’은 이번 총선에서 두 배 이상 많은 의석을 확보해 원내 제3당이자 우파 블록 내 제2당 자리에 오를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지난해 반네타냐후 연정에 참여했던 블록의 예상 의석수는 54~55석에 그쳤다. 야이르 라피드 현 총리가 대표로 있는 중도 성향의 예시 아티드는 22~24석, 베니 간츠 국방부 장관이 이끄는 국가통합당은 11∼13석, 이스라엘 베이테이누 4∼5석, 좌파 정당인 메레츠 4석, 노동당 5∼6석, 아랍계 정당 라암 5석 등이다.
출구조사 결과가 실제 개표 결과와 유사하다면 네타냐후 전 총리는 지난해 6월 실각한 지 1년 6개월 만에 다시 집권하게 된다. 이 경우 1996~1999년 첫 번째 총리 임기에 이어 2009~2021년 6월까지 총 15년 넘게 집권한 그는 이스라엘 역대 최장수 총리 기록을 더 늘리게 된다.
다만, 우파 블록이 아슬아슬하게 과반을 확보하게 된 탓에 안정적인 국정 운영을 장담하기는 어려워졌다. 또 우파 정당 내에서 극우 정당 연합의 지분이 커짐에 따라 차기 정부의 대(對)팔레스타인 및 대아랍권 정책이 더 강경해질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중동 정세에도 상당한 후폭풍이 불 것으로 관측된다.
이스라엘에서는 극심한 정치 분열 속에 3년 반 만에 5번이나 총선이 치러졌다. 2019년 4월과 9월 총선 후에는 연립정부 구성 자체가 불발했다. 2020년 3월 총선 후에는 네타냐후 전 총리가 이끄는 우파 성향의 리쿠드당과 간츠 국방부 장관이 주도하는 중도성향의 청백당이 코로나19 정국 타개를 명분으로 연정을 구성했지만, 예산안 처리를 둘러싼 갈등 속에 파국을 맞았다.
지난해 3월 총선 후엔 네타냐후 진영의 우파 연정 구성 실패 후, 라피드 현 총리가 설계한 반네타냐후 연정이 출범했다. 그러나 일부 우파 의원들이 잇따라 이탈하면서 연정은 1년 만에 무너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