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1일 이태원 핼러윈 참사와 관련한 국회 현안보고에 나와 대국민 사과를 했다. 참사 발생 사흘 만에 주무부처 장관이 공개 사과한 것이다. 그러나 야당을 중심으로 부실한 현안보고 내용에 대한 지적은 물론, 윤석열 대통령 사과와 이 장관 사퇴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분출했다.
이 장관은 이날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에 출석해 이태원 참사 관련 긴급 현안보고를 하기에 앞서 "국민 안전을 책임지는 주무부처 장관으로서 국민 여러분께 심심한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고개를 숙였다. 이어 "사고 원인이 발표되기 전까지 섣부른 추측이나 예단은 삼가야 한다는 취지로 말했지만, 유가족과 국민의 마음을 세심하게 살피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이 장관은 참사 다음날(지난달 30일) 브리핑에서 "경찰·소방 인력을 미리 배치함으로써 해결될 수 있었던 문제는 아니었다"는 밝혀 논란을 자초했다. 전날 유감 표명에도 '책임 회피' 발언이란 여론의 질타가 이어지자, 공개적으로 사과한 것으로 보인다. 남화영 소방청장 직무대리도 같은 자리에서 "소방에서는 인명 구조에 최선을 다했으나 다수 사상자가 발생한 것에 대해 죄송하다"고 했다.
이 장관과 윤희근 경찰청장, 남 직무대리가 참석한 현안보고는 앞서 여야 간사 간 합의에 따라 정부 보고만 받고 질의는 하지 않는 식으로 진행됐다. 책임 추궁보다 수습이 시급한 상황을 감안한 결정이었지만, 일부 의원들은 강하게 항의했다.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은 "국회가 해야 할 책임을 다하지 않고 가만히 조용히 추모만 하라는 윤석열 정부 방침에 행안위가 들러리 서는 것에 동의할 수 없다"며 "원인 규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에는 정쟁이라는 프레임을 씌우고 있다"고 항의한 뒤 회의장을 떠났다. 문진석 민주당 의원은 "여야 간사가 다시 합의해서 최소한 질의를 받게 해야 한다"며 "언론에 다 나온 내용을 청장, 장관에게 들어야 하느냐"며 정회를 요구했다.
민주당 간사인 김교흥 의원은 "이 장관의 보고가 너무 평이했다. 언론에서 볼 수 있는 수준이었다"고 꼬집었다. 실제 행안부와 경찰청, 소방청의 보고 내용은 이미 발표된 내용에서 벗어나지 않았다.
이채익 위원장은 "국가애도기간이 끝나는 5일 이후 빠른 시일 내 현안 질의를 하겠다"고 양해를 구하며 개의 42분 만에 회의를 끝냈다. 이 위원장은 현안보고 후 "보고 내용에 새로운 것이 없었다는 지적이 있다"는 취재진 질문에 "현재 수사 중이고, 현재도 속속 여러 가지 일들이 일어나고 있기 때문에 정부로서는 아무래도 지금 완벽한 보고를 드리기는 물리적으로 어려움이 있었을 것"이라고 답했다.
행안위 소속 민주당 의원들은 현안보고 후 기자회견을 열고 윤 대통령의 사과 등을 요구했다. 김교흥 의원은 "윤 대통령의 분명한 사과가 있어야 한다"며 "사퇴할 사람은 사퇴해야 한다"고 이 장관의 사퇴를 촉구했다.
이날 열린 국회 정무위원회에서도 일부 의원들은 이태원 참사에 대한 정부 책임자들의 태도를 비판했다. 소병철 민주당 의원은 "정부에서 책임이 있는 분들의 발언을 보면 책임을 전가하고, 편을 가르고, 오히려 분노의 불길을 지르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방문규 국무조정 실장은 "엄중한 시기에 국민의 마음을 잘 헤아려 처신해야 한다는 지적에 동감"이라고 자세를 낮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