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통신사 위치정보로 '이태원 참사' 재발 막는다···재난안전법 개정 착수

입력
2022.11.01 19:00

국민의힘이 '이태원 핼러윈 참사' 후속 대책으로 △불특정 다수의 군중이 모여 있을 경우 이동통신사가 기지국정보(CPS·가입자 위치정보시스템)를 제공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이동통신사가 제공한 이용자 위치정보를 활용해 압사 등 사고 예방을 위한 재난안전문자를 사전에 보내는, 일종의 '조기경보 시스템'을 구축한다는 내용이다. 여당이 추진하는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재난안전법) 개정안에는 '주최자가 없는 자발적 행사의 경우 지자체장이 안전관리 책임을 맡도록 하는 방안'도 포함된다.

1일 국민의힘 원내관계자에 따르면, 국민의힘은 늦어도 2일까지 위와 같은 내용을 담은 재난안전법 개정안 세부 내용을 확정한 뒤 당정 최종 조율을 거쳐 발의한다는 방침이다.

개정안의 핵심은 데이터를 활용한 재난 예방 시스템 구축이다. 특정 지역에 인파가 몰려 압사 등 사고 위험이 높아질 경우 이를 사전에 탐지하고 대응할 수 있도록 이동통신사의 가입자 위치정보시스템 정보를 이용하겠다는 것이다. 행정안전부 안전디딤돌 애플리케이션(앱)에 따르면, 지난달 29일 참사 발생 당시 서울시는 29일 오후 11시 55분쯤 '용산구 이태원 해밀톤호텔 앞 긴급사고로 현재 통제중, 차량 우회바란다'는 내용의 긴급재난문자를 용산구 시민들에게 발송했다. 사고가 발생한 지 무려 1시간 40분이 지난 뒤에야 '사후약방문'식 재난문자를 발송한 셈이다.

이에 사전 예방과 사고 대응에 실패했다는 지적이 나오자 위치정보 데이터를 활용해 사전 대응할 수 있도록 입법을 통해 이 부분을 보완하겠다는 것이다. 현행 재난문자방송 기준 및 운영규정에 따르면, 자연 재난과 달리 사회 재난은 별도의 사전 경보 시스템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안전관리 책임도 명확하게 한다. 현행 재난안전법엔 '행정안전부 장관이 안전관리 업무를 총괄·조정한다'고 규정돼 있다. 하지만 안전관리 계획 수립과 이행을 '지역축제 개최자’가 하게 돼 있어, 이태원 핼러윈 축제처럼 주최 측 없이 자발적으로 진행될 경우 안전관리 담당이 불분명하다는 문제가 있다. 이런 이유로 관할 지자체(용산구청)와 경찰이 이번 사건 사전 대응에 소극적이었다는 지적이 빗발치자 개정안에 안전관리 책임을 지자체장 몫으로 명기한다는 것이다.

앞서 정부·여당은 주최자 없는 집단 행사에서 시민 안전을 담보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입을 모았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이날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이태원 사고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를 주재하고 "주최자가 없는 자발적 집단 행사에서도 시민들의 안전이 담보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겠다"며 "해외사례 등을 참고해 전문가들과 함께 과학적 관리기법도 모색하겠다"고 밝혔다. 윤석열 대통령이 전날 한 총리와 관계 장관들이 참석한 확대 주례회동에서 "자발적 집단 행사에도 적용할 수 있는 '인파사고 예방 안전관리시스템'을 마련하라"고 지시한 데 따른 후속 조치다.

여당도 대안 마련 필요성을 강조했다. 성일종 정책위의장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국민의힘은 주최자가 없는 행사라도 안전관리를 강화할 수 있도록 재난안전법 개정을 추진하겠다"고 했다. 여당은 야당과 정부 전문가까지 참여하는 국회 차원의 국민안전 태스크포스(TF)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김기현, 안철수 의원 등 여당 의원들도 안전관리 개선 방안을 담은 법 개정안을 개별적으로 추진한다.

박재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