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명이라도 더 살렸더라면”... 이태원 참사에 높아진 ‘CPR 교육’ 관심

입력
2022.11.02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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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정지 환자 발생 시 대응 능력 갖췄다" 12.9% 불과
"압사 사고 위험 감지 땐 구조물 확보·팔로 가슴 보호"

"민방위 훈련 때 심폐소생술(CPR)과 자동심장충격기(AED) 사용법을 배우긴 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잊어버려 응급 상황에도 선뜻 나서진 못할 것 같아요."

30대 직장인 김모씨는 156명의 목숨을 앗아간 이태원 참사 이후 CPR 교육을 제대로 받기로 결심했다. 김씨는 "각종 안전교육을 받으면서 간간이 CPR를 배우긴 하지만, 교육 시간에 집중하지 않고 시간 때우기를 하다 보니 제대로 실습을 해본 적이 없다"며 "이번 기회에 제대로 배워 언제든 활용할 수 있도록 익혀 놓고 싶다"고 말했다.

1일 대한적십자사, 소방서, 보건소 등에 따르면 김씨처럼 CPR 교육을 받으려는 시민들의 문의가 급증하고 있다. 대한적십자사 관계자는 "이태원 참사 이후 수도권 지역 지사에 CPR 교육 문의가 2배 이상 늘었다"며 "수요에 따라 수업을 늘리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도 CPR 교육 정보가 공유되고 있다. 위급 상황 발생 시 가까운 사람의 생명을 구하기 위해서라도 'CPR는 할 줄 알아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이태원 참사를 겪으며 '내가 사고 현장에 있었다면 CPR를 할 수 있었을까'라는 자책, '내 가족이나 친구가 위급 상황에 처했을 때 누가 구해줄 수 있을까'라는 불안감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달 29일 사고 현장에선 일부 시민들이 CPR로 응급구조활동을 벌였지만, "도와달라"는 호소에도 선뜻 구조활동에 나선 사람들이 많진 않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대학생 윤모씨는 "CPR 방법을 글과 그림으로 대충 배웠고, 진지하게 실습해본 적은 없어서 사고 현장에 있었더라도 자신 있게 나서진 못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12월 한국소비자원이 발표한 '응급처치 교육 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심정지 환자 발생 시 응급처치 대응능력을 갖추고 있다"고 응답한 사람은 12.9%에 불과했다. 소비자원은 학교 외에 응급처치 교육을 받을 수 있는 기회가 제한적이고, 교육을 받았어도 현장 대응력은 부족할 수 있기 때문에 재교육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CPR 방법은 다음과 같다. ①환자를 바로 눕힌 후 119 신고 요청한다. ②깍지 낀 두 손의 손바닥을 환자의 가슴 정중앙에 대고 몸이 수직이 되도록 자세를 취한 후 분당 100~120회의 속도, 5㎝ 이상 깊이로 강하게 30회 실시한다. ③환자의 머리를 뒤로 젖혀 기도를 확보한 뒤 코를 막고 입 전체에 포개 2회 정도 인공호흡을 실시한다. ④가슴 압박과 인공 호흡을 30대 2 비율로 계속 반복한다.

의료계에서는 AED 사용법도 미리 숙지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AED의 경우 이태원 참사와 같이 현장이 시끄러운 경우, 음성 안내를 듣지 못하기 때문에 평소 사용법을 어느 정도 익혀 두는 것이 좋다. AED는 다음과 같이 사용하면 된다. ①AED 전원을 켜고 상체를 노출시킨 후 표시된 위치(우측 쇄골 아래, 좌측 겨드랑이 아래)에 패드를 부착한다. ②패드에 연결된 선을 기계에 꽂고 심장 분석 중에는 환자에게 닿지 않도록 한다. ③안내에 따라 제세동 버튼을 누르고, 전기 충격 후에는 즉시 CPR를 시행한다.

밀집된 공간에서 사고가 발생할 경우 압사 예방을 위한 자세 등도 익혀둬야 한다. 한 응급의료 전문가는 "좁은 공간에 많은 사람이 몰려 몸을 가누기 힘들 때는 미리 사고 위험을 감지해 주변에 잡을 수 있는 구조물을 확보해둬야 한다"며 "이마저도 어렵다면 가슴이 심하게 눌리지 않도록 팔로 공간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김경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