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핼러윈 참사'가 발생한 지난달 29일 오후 6시 31분 첫 112 신고자는 "너무 불안하다. 이태원역 1번 출구를 통제해 달라"고 경찰에 요청한 것으로 확인됐다. 위험을 감지한 시민 신고를 4시간 가깝게 무시한 경찰이 "이번 참사를 방기했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태원 참사 첫 112 신고자인 A씨는 1일 한국일보 통화에서 참사 당일 112에 신고하면서 "사람들이 골목길로 쏟아져 내려간다. 지하철역에서도 많은 사람들이 올라온다. 1번 출구가 위험하니까 통제해 달라고 분명하게 요청했다"고 말했다. 사고 발생 골목과 접한 해밀톤호텔 뒤편에서 오랫동안 상가를 운영한 A씨는 주변 지리에 밝아서 사태의 심각성을 빠르게 감지했다.
A씨는 신고 당시 상황에 대해서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참사 당일 오후 6시쯤 자신의 건물을 나선 그는 "오후 5시 20분부터 가게 앞으로 사람들이 급격하게 불어나 사람들에게 가게를 맡기고 귀가를 서둘렀다"며 "이태원역까지 가는데 평소보다 시간이 많이 걸렸다"고 설명했다. 이때부터 평소와 다른 위험을 느꼈다는 얘기다. A씨는 "112신고에서 '주변에 경찰은 있는데 노점상 단속만 한다'는 내용까지 포함했다"고도 덧붙였다.
A씨가 캡처한 통화기록에 따르면 112 신고 시각은 29일 오후 6시 31분이다. 통화는 이후 1분 43초간 이뤄졌다. 경찰청은 이날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현안보고 자료에서 "사고 당일 오후 6시 34분경부터 현장의 위험성 및 급박성을 알리는 112신고가 11건 접수됐다"고 했다. 휴대폰 기록은 통화 시작 시점이, 112 센터 기록은 통화 종료 시점이 기록된다.
하지만 경찰청은 첫 112 신고에 대한 심각성을 인지하지 못했다. 황창선 경찰청 치안상황관리관은 이날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합동브리핑에서 "29일 오후 6시부터 112 신고 1건이 접수되기 시작한 것은 맞다"면서 "일반적으로 용인할 수 있는 불편 신고 정도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