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 깊어지고 찬바람이 불 때면 으레 콧물감기가 뒤따른다. 이럴 때 생각나는 것이 따뜻하고 향기 좋은 유자차다. 유자는 레몬의 3배, 사과의 25배에 달하는 비타민C를 함유하고 있어 감기 예방과 숙취 해소에 효능이 탁월하다고 알려져 있다.
전남 고흥에 ‘유자공원’이 있다. 엄밀히 말하면 유자농장이다. 풍양면 한동리 나지막한 언덕에 아이 주먹만 한 샛노란 과일이 주렁주렁 열려 있다. 가장자리 농로만 걸어도 상큼한 향기가 진하게 풍긴다. 얼핏 봐서는 귤과 구분이 가지 않지만 껍질을 벗겨보면 확연히 다르다. 탱글탱글한 알갱이가 가득 찬 귤과 달리, 두꺼운 유자 껍질 속에는 굵은 씨앗이 가득 들어차 있다. 그래도 과즙은 향이 짙고 풍성하다. 미간을 찌푸릴 정도로 신맛에 쓴맛이 섞여 있다. 쓴맛은 지우고 신맛과 단맛을 살리기 위해 설탕과 반반 섞어 절인 게 유자청이다.
중국이 원산지인 유자나무는 국내에서 기후가 따뜻한 남부 해안지역에서 주로 자란다. 전남 고흥과 경남 남해에서 가장 많이 재배한다. 고흥이 유자 주산지가 된 데에는 풍양면 대청마을에 살던 고 이계환씨의 공이 크다. 이씨는 생장 속도가 느린 유자나무를 탱자나무와 접붙여 15년 정도 걸리던 유자 수확 시기를 3~4년으로 당겼다. 1968년의 일이다. 그때부터 이웃 주민들에게 개발한 묘목을 나눠줘 '대청유자'를 대량으로 재배할 수 있었다.
그의 고향인 대청마을 일대에서 10일부터 4일간 유자석류축제가 열린다. 석류가 덧붙은 건 고흥이 전국 석류의 70% 정도를 생산하는 주산지이기 때문이다. 수확이 거의 끝나 농장에선 석류를 볼 수 없지만, 행사장에선 새콤달콤한 붉은 알갱이를 품은 석류를 맛볼 수 있다.
축제에선 유자 따기와 유자청 담그기를 비롯해 유자향 비누와 마카롱 만들기, 유자와 석류를 활용한 천연염색 등 다양한 체험 행사가 열린다. 유자가 주렁주렁 열린 농장길을 걸으며 색다른 정취에 빠져도 좋다. 바지락·삼치·굴 등 고흥의 해산물을 활용한 요리경연대회도 예정돼 있다. 고흥9미 도시락과 특산물 퓨전요리, 수산물 밀키트, 유자와 석류빵 등 지역 농수산물로 만든 음식을 한곳에서 맛볼 수 있다.
우주 체험도 고흥이기에 가능하다. 지난 6월 국내 기술로 누리호를 쏘아 올린 나로우주센터 근처에 우주과학관이 있다. 대한민국 우주과학기술과 기본원리를 익힐 수 있는 곳이다. 로켓, 인공위성, 우주탐사, 달탐사 등을 테마로 구성된 상설전시관은 32종의 작동체험 전시물을 보유하고 있다. 우주탐사관에서는 국제우주정거장, 우주복, 화성탐사로봇 모형을 볼 수 있다.
3D입체영상관, 4D돔영상관, 야외전시장도 우주에 대한 호기심을 자극한다. ‘타임스페이스’ ‘우주공원360’ ‘화성탐사’ ‘용의 비밀’ 등의 프로그램을 상영하는 4D돔영상관에서는 우주여행하는 듯한 생생한 체험을 할 수 있다. 로켓광장에는 1단형 고체추진 로켓 KSR-Ⅰ, 2단형 고체추진로켓 KSR-Ⅱ, 액체추진 과학로켓 KSR-Ⅲ, 우주발사체 KSLV-Ⅰ(나로호)의 실물 크기 모형이 전시돼 있다. 대한민국 로켓의 역사를 한눈에 파악할 수 있는 시설이다.
우주과학관은 주말 체험 프로그램으로 ‘손펌프 로켓 만들기’와 ‘누리호 만들기’를 진행한다. 로켓 만들기는 무료로 오전과 오후 각 1회, 누리호 만들기(2만1,000원)는 오후 2시부터 40분간 진행된다.
고흥에서 늦가을 정취를 즐길 곳으로 읍내에서 가까운 ‘장수호 힐링정원’을 추천한다. 작은 국화밭으로 시작한 정원이 100여 개의 돌탑과 황칠나무 등이 어우러진 정원으로 성장해 2018년 전라남도 민간정원 7호로 등록됐다. 현재 장수저수지가 내려다보이는 산자락에 하양 노랑 분홍 보라 등 온갖 색상의 국화가 만발해 있다. 지그재그로 난 산책로를 따라 가을의 향기가 진하게 풍긴다. 그네타기, 외줄타기, 원예체험 등 소소한 즐길 거리도 갖추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