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신들이 해외 재난 전문가들을 인용해 "이태원 참사 책임은 핼러윈 축제 당일 몰려든 인파 규모를 모니터링하는 데 실패한 경찰과 지방자치단체 등 한국 정부에 있다”고 꼬집었다. "경찰이나 소방 인력을 미리 배치해서 해결될 수 있었던 문제는 아니었다"는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의 주장을 반박한 것이다.
또한 이번 참사가 첨단 정보통신(IT) 기술 강국이자 대중문화 강국이라는 한국의 이미지를 떨어뜨리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30일(현지시간) 전문가들을 인용해 "한국 정부가 많은 사람들을 안전하게 관리할 수 있는 충분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안전 전문가인 폴 워트하이머는 "법 집행기관(경찰)이 클럽 경비원처럼 참사 발생 골목길에 대한 접근을 관리했어야 한다"고 짚었다.
미국 재난관리 전문가인 줄리엣 카이엠은 미국 CNN방송에서 "한국 정부는 토요일(29일) 밤에 많은 인파가 몰릴 걸 예상하지 못했다"면서 "그러나 비상상황이 벌어지면 사람들을 대피시킬 수 있도록 실시간으로 군중 규모를 모니터링해야 하는 책임이 정부에 있다"고 말했다.
미국 워싱턴포스트(WP)는 "비극이 벌어질 당시를 촬영한 영상은 골목길이 많은 규모의 인파를 감당할 수 없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며 "하지만 이태원 관할구청이 안전 대책으로 내놓은 건 코로나19 예방, 식당 안전 점검, 마약 단속 등뿐이었다"고 비판했다. 영국의 행사 안전 컨설팅 그룹 '크라우드 세이프티'의 스티브 앨런 설립자는 참사 직전 이태원 거리를 찍은 영상들을 검토한 뒤 "인파 관리가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일본 언론들은 한국 경찰에 책임이 있다고 지적했다. 경찰 경시총감 출신으로 2020 도쿄하계올림픽 경비 책임을 맡았던 요네무라 토시로는 아시히신문 인터뷰에서 "사람이 모이는 혼잡한 곳의 경비는 어려울 수밖에 없는 만큼 장소를 특정하고 정보를 모아 미리 준비하는 수밖에 없다"며 "그러나 한국 경찰은 군중의 움직임이 갑자기 변화하는 요인 등에 대한 정보가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요미우리신문도 "코로나19 거리두기 규제가 완화된 올해 많은 사람들의 핼러윈 축제 참가가 예상됐지만, 지자체와 경찰의 준비가 허술해 사고로 이어졌을 가능성이 있다"고 짚었다.
뉴욕타임스(NYT)는 이태원 참사를 두고 "한국에서 발생한 최악의 평시 재난 중 하나"라며 "번성하는 기술 강국, 대중문화 강국인 한국의 이미지를 손상시켰다"고 보도했다. NYT는 "한국에선 정치ㆍ노동 집회를 정부에 미리 신고하는 것이 법적 의무이지만, 매년 핼러윈에 젊은이들이 이태원에 모이는 데는 사전 허가 의무나 법적 제한이 없다"며 "서울의 공무원들이 29일 밤 조직적이지 않은, 자발적인 군중들에 허를 찔렸다"고 보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