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던 중국공산당 20차 당대회 폐막식. 역사에 길이 남을 단 한 장면을 꼽는다면 후진타오(胡錦濤) 전 주석의 갑작스러운 퇴장일 것이다. 여든 살의 후 전 주석이 폐막식 중간에 수행원에게 팔이 잡힌 채 행사장 바깥으로 빠져나간 이유는 당초 건강 이상에 의한 것으로만 받아들여졌다. 신화통신의 설명대로였다.
반전이 일어난 것은 며칠 후 '돌발영상'이 공개되면서였다. 싱가포르 언론이 당시 막전막후의 진실을 보여주는 3분짜리 동영상을 특종 보도했다. 화면에 담긴 시진핑(習近平) 주석의 손짓 지시와 후 전 주석의 어정쩡한 모습은 누가 보아도 의도적인 강제 퇴장설에 힘을 실어주기에 충분했다. 초현실적 상황 전개는 임재범의 노래 가사와 판박이였다. 시진핑의 표정은 '거친 생각'을 감추고 있었고, 후진타오는 '불안한 눈빛'을 주체하지 못했다. 그걸 지켜보는 리커창(李克強)의 무표정에서는 전쟁 같은 권력싸움의 흔적이 묻어났다. 후진타오는 혼잣말을 남기면서 강퇴당했을 것이다. '난 위험하니까 사랑하니까 너에게서 떠나줄 거야'.
시진핑 독재체제의 개막, 중국 엘리트 정치를 상징하는 '원로정치'의 종언, 집단영도체제의 소멸 등 다양한 해석이 이날의 기이한 해프닝을 설명하는 데 동원되었다. 그러나 중국의 원로정치 전통은 덩샤오핑(鄧小平) 이후 이미 힘을 잃었다는 것이 정설이다. 저우융캉(周永康)과 보시라이(薄熙來) 등 후진타오 계열 핵심 인사들이 잇따라 부패 혐의를 뒤집어쓰고 무기징역형에 처해지면서 시진핑 1인체제는 이미 예고된 것이나 다름없었다.
오히려 관심을 모았던 것은 중국 공산당의 언론플레이와 중화권(中華圈) 매체들의 움직임이었다. 냉전 시절 '철의 장막'에 둘러싸인 소련 지배 엘리트들의 내부 움직임을 파악하는 것이 서방언론에게는 난제 중의 난제였다. 공산권 연구자들은 고육지책으로 소련 국영언론 보도에 나타난 정치국원들의 호칭 순서에 주목했다. 이러한 분석기법을 가리켜 국제정치학자들은 '크렘리놀로지(Kremlinology)'라고 불렀다. 서방 언론을 불러 모아놓고 전직 국가원수를 공개적으로 망신주는 방식으로 자신의 절대적 통치능력을 과시하는 장면에 대한 해석을 두고서는 '시놀로지(Xinology)'라는 말이 생겨날지도 모르겠다.
과거 중국 지도부 내부의 민감한 정보에 대한 보도는 홍콩에서 발행되는 반중(反中) 성향 매체들을 통해 주로 전해졌다. 그러나 홍콩보안법 시행 이후 홍콩 매체들의 언론자유는 급격히 위축되고 있다. 홍콩 민주화 시위를 공개적으로 지지했던 매체들은 잇달아 폐간의 운명을 맞았다. 그러자 이번에는 홍콩 사태 이후 시민들 사이에서 반중 정서가 높아지고 있는 싱가포르의 보도전문 채널 CNA가 후진타오의 강제퇴장설을 입증하는 동영상을 공개해버렸다.
이 뿐만이 아니다. 당대회에서 후진타오의 팔을 붙잡고 퇴장한 인물이 시진핑의 수행원이라는 재미(在美) 인사의 증언이 대만의 자유시보(自由時報)를 통해 보도되었다. 지난해 원자바오(溫家寶) 전 총리가 '내 마음 속의 중국은 공평과 정의가 가득한 나라'라고 일갈했던 사모곡(思母曲) 형식의 수필을 게재한 매체는 마카오에서 발행하는 '오문도보(澳門導報)'였다. 중국의 부상 속도가 빠른 만큼 중국 정치의 속살을 들여다보려는 중화권 매체들의 발걸음도 빨라지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