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주택담보대출(주담대) 및 신용대출 최고 금리가 일제히 연 7%를 뚫었다. 미국의 '슈퍼 긴축' 여파가 국내 대출이자를 가파르게 밀어 올린 결과, 13년 만에 '7%대 금리 시대'가 열린 것이다. 올 연말 미국의 추가 금리 인상에 한국도 보폭을 맞출 경우 14년 만에 최고 금리가 8%대까지 치솟을 거란 예상도 나온다.
30일 금융권에 따르면 4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의 주담대 변동금리는 28일 기준 연 4.970∼7.499%로 나타났다. 지난달 30일(4.510~6.813%)과 비교하면 한 달 새 상단이 0.69%포인트나 높아졌다. 이는 변동금리의 기준이 되는 코픽스(COFIX)가 9월 3.4%로 10년여 만에 최고치를 쓴 결과다.
주담대 혼합형(고정형)금리도 연 5.360∼7.431%로 올랐다. 주담대 혼합형금리는 6월 상단 금리가 일찌감치 7%를 돌파한 뒤 은행들의 예대금리차 축소 노력 등에 따라 6%대로 주춤했지만, 지표금리인 은행채 5년물(AAA·무보증) 금리 오름세에 지난달 다시 7%대를 뚫었다. 신용대출(연 5.953∼7.350%)과 전세자금대출(주택금융공사 보증·2년 만기·연 4.910∼7.248%) 모두 7%대 중반을 향해 가고 있다.
대출금리 오름세가 당분간 이어지며 8%대를 뚫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올 상반기까지만 해도 은행권에선 최고 금리가 연 8%에 도달할 가능성을 낮게 봤다. 하지만 미국이 6월부터 초유의 3연속 자이언트스텝(금리 0.75%포인트 인상)을 밟으며 공격적인 금리 인상을 단행하자 상황은 급변했다. 한국은행도 이달 12일 역대 두 번째 빅스텝(0.5%포인트 인상)을 밟는 등 기준금리를 어느새 연 3%까지 끌어올렸다. 한은은 다음 달 24일 예정된 올해 마지막 금융통화위원회에서도 금리 인상을 예고한 상태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연말 4%대 금리를 예고한 미국과의 금리 차이를 줄이기 위해 한은도 11월 0.25%포인트 이상 금리를 올릴 것으로 예상된다"며 "이런 전망이 줄곧 시장금리를 밀어 올리고 있어 연말 최소 7%대 후반에 근접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시중은행 주담대금리가 연 8%대였던 시기는 글로벌 금융위기 후폭풍이 덮친 2008년 12월이 마지막이었다.
문제는 급격히 불어나는 이자 부담이다. 특히 소득 대비 대출 비중(DSR)이 크고 변동금리로 대출을 받은 차주들은 금리 상승에 유독 취약할 수밖에 없다. 한국금융연구원에 따르면 6월 기준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이 40% 이상인 비중은 전체 차주의 18%로 추산됐는데, 평균 대출금리가 모든 상품에서 일괄적으로 1%포인트만 상승한다고 가정해도 이 비중은 20.2%로 2.1%포인트 증가했다.
오태록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기준금리가 대출금리에 반영되는 데 통상 6개월 이상의 시간이 소요됨을 감안하면, 아직 금리 상승 여파가 충분히 반영되지 않았을 가능성이 있다"며 "저소득층 차주를 중심으로 (대출)취약성이 가중되고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