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1명 압사한 핼러윈 대참사… "살려달라 절규로 가득했다"

입력
2022.10.30 07:02
부상자 중 중상 19명... 사망자 더 늘 수도
피해자 대부분 10~20대, 외국인도 19명


"좁은 골목길에서 사람들이 도미노처럼 쓰러졌다."

29일 밤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에서 발생한 압사 사고를 현장에서 목격한 A씨는 이렇게 말했다. 3년 만의 '노 마스크' 핼러윈 축제를 앞두고 분위기가 절정에 치닫던 이날 오후 10시15분쯤. 이태원 해밀턴 호텔 옆 폭 4m 내외 비좁은 경사로에서 "사람 깔렸어요" "살려주세요" 같은 절규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A씨는 "일부 시민이 넘어지고 도미노처럼 사람들이 쓰러지다 보니 누구도 빠져나갈 수 없었다"며 "그야말로 아비규환이었다"고 전했다. 당시 현장에 있었던 20대 여성 B씨도 "주변에서 '살려달라'고 울먹이는 목소리가 빗발쳤다"며 "인근에 있던 지인의 도움으로 가까스로 살아나왔다"고 했다.

곧바로 신고를 받고 경찰과 소방 인력이 도착했지만 수많은 인파로 현장 진입이 쉽지 않았다. 수십 여분에 걸쳐 일대 통행이 제한된 후 오후 11시쯤 드러난 현장의 모습은 참혹했다.

소방관들이 도로 바닥에 쓰러진 사람들을 하나씩 맡아 사활을 다해 심폐소생술(CPR)을 했지만 역부족이었다. 현장을 지켜보던 시민들이 하나 둘씩 가세해 의식을 잃은 사람들의 가슴을 압박하고 팔다리를 주무르는 등 안간힘을 쏟았다. 사상자가 급격히 늘면서 "심폐소생술 할 줄 아시는 분" "의사 없으신가요" 등의 요청이 빗발쳤다.

이날 사고는 좁은 공간에 지나치게 많은 인파가 모이면서 벌어진 것으로 보인다. 사고 당시 해밀턴 호텔 인근에 있었다는 20대 강모씨는 "이미 10시 전후부터 좌측 통행, 우측 통행이 전혀 안 되는 상황이었다"며 "그 때부터 여성들은 신발이 벗겨진 채로 인파에 끌려 다녔다"고 했다. 사고 현장 인근에서 주점을 운영 중인 한 자영업자는 "오후 8시쯤 이태원역 1번 출구에서 사고가 난 골목길을 거쳐 가게까지 오는 데 30분 넘게 걸렸다"고 했다. 사고 당일 이태원 곳곳에는 10만 명의 인파가 몰렸다.

일부 사상자들이 호흡 곤란이나 구토 등 증상을 보이면서 '가스 누출이 있었던 것 아니냐'는 얘기도 나왔지만, 소방당국은 "누출은 없었다"고 확인했다. 경찰은 "마약 신고도 없었고, 마약한 것 같다는 의심 증언도 확인된 바 없다"고 덧붙였다.

이태원 사고 현장에서 연락이 끊긴 가족이나 친구를 찾기 위해 병원을 찾은 가족들은 발을 동동 구르거나 연신 눈물을 흘리며 말을 잇지 못했다.

일부 사상자들이 이송된 용산구 순천향대 병원 앞에서 만난 20대 여성은 "이태원 사고 현장에 친구와 같이 있다가 구조됐는데, 친구와 연락이 닿지 않고 있다"며 "제발 무사하기만을 바라고 있다"고 발을 동동 굴렀다. 이태원 압사 참사 사망자 45명이 임시로 안치된 용산구 원효로 다목적 실내체육관 앞에서 만난 안모씨는 "딸이 성인이 돼 처음으로 핼러윈 데이를 갔다. 언니가 잘 놀다 오라고 5만 원까지 줬다"며 "(딸의 죽음이) 믿기지가 않는다. 놀라서 눈물도 안 나온다"고 한탄했다.

소방 당국에 따르면, 30일 오전 9시40분 기준 사망자는 151명, 부상자는 86명으로 집계됐다. 사망자는 오전 2시10분 기준 59명에서 오전 2시40분 120명, 오전 4시 146명으로 계속 늘었다. 중상자가 19명이나 돼 사망자는 더 증가할 수 있다. 피해자 대부분은 10~20대로, 외국인 사망자도 19명 있었다.



박준석 기자
김재현 기자
나주예 기자
나광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