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파격적인 부동산 규제완화 방침을 밝혔다. 27일 윤석열 대통령 주재 ‘비상경제민생회의’에서다. ‘파격적’이라는 건 그동안 문재인 정부 이래 집값 폭등에 대한 여론의 반감을 의식해 좀처럼 손대기를 꺼려왔던 범위까지 규제완화를 추진키로 했다는 뜻이다. 대표적인 게 오는 11월 중 수도권에 대한 규제지역 추가 해제 계획과, 규제지역 시가 15억 원 초과 아파트도 주택담보대출을 허용키로 한 것 등이다.
정부의 극적인 규제완화 추진은 불황과 고금리 여파로 부동산 경착륙이 우려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집값 하락 기대감 등에 따라 최근엔 거래가 실종된 가운데 서울 아파트의 매매가격은 22주 연속 낙폭을 키우고 있다. 정부는 그동안 집값 하향 안정화를 추구했지만, 자칫 폭락 지경에 이르면 부채 경로를 타고 금융대란까지 빚어질 수 있다는 위기감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국토부는 이미 지난 6월과 9월 두 차례에 걸쳐 사실상 서울ㆍ수도권, 세종시를 제외한 지방 전 지역을 규제지역에서 해제했다. 그럼에도 이례적인 연중 세 번째 주거정책심의위원회까지 열어 수도권 규제완화를 추진하겠다는 건 상황이 그만큼 급박하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규제지역 추가 해제 외에, 청약당첨자 기존 주택 처분기한 연장이나 중도금 대출보증 확대, 금융위의 규제지역 내 무주택ㆍ1주택자는 주택담보인정비율(LTV)을 50%로 단일화해 적용키로 한 것도 시장의 불씨를 살려두려는 포석인 셈이다.
이번 조치가 규제가 더 풀릴 것이라는 ‘잘못된 신호’를 줄 수 있다는 우려가 있는 반면, 규제완화가 늦어 집값 안정세를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비판도 있다. 하지만 이번 조치는 시장심리에 주는 효과가 작지 않을 것이며, 그에 따라 집값 하락세가 다소 주춤하더라도 집값이 폭락해 위기상황을 맞는 것보다는 낫기 때문에 긍정적이다. 다만 규제완화 기대감이 자칫 투기심리까지 되살리는 건 독(毒)이 될 뿐이다. 정교한 정책 운용이 절실한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