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9월 말부터 지금까지 경남 진해만 일대에 1,000만 마리가 넘는 죽은 정어리 떼가 해변으로 밀려들고 있다. 국립수산과학원은 집단폐사 원인을 산소부족 질식사로 추정했다. 그러나 지난해 일본에서도 같은 일이 발생했고, 당시에도 그 원인을 정확히 규명하지 못해 미스터리로 남을 듯하다.
회사에서도 직원들이 퇴사하는 이유나 원인을 정확히 알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연봉 같은 금전적인 문제나 유학, 건강 등 개인사유 정도로 파악될 뿐이다. 연구개발·영업부문에서는 갑자기 집단 퇴사하는 경우도 발생하는데, 이 역시 원인을 정확하게 모르는 경우가 많다.
수년 전 모 중소기업에서 임원을 외부 영입한 뒤 직원들이 줄줄이 퇴사하는 일이 벌어졌다. 그 임원은 갑자기 생산팀장과 물류팀장의 부서를 변동시키고, 성과관리를 한다면서 직원들을 다그쳤다. 올해 초에도 한 중소기업에서는 출근 때마다 문자로 회사와 상사를 육두문자로 욕하고 불평불만을 쏟아내는 신입직원 때문에 잘 다니던 여직원들이 공포심을 느껴 집단 퇴사하는 일이 벌어졌다. 2007년 한 게임업체에서는 개발자 리더가 이직한 후 비슷한 시기에 개발자 여럿이 같은 곳으로 옮겼다. 이들은 전직 회사 대표와의 마찰로 집단 퇴사를 했는데, 전직 회사 대표는 퇴사자들을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하였다. 퇴사자들은 단지 대표의 부당한 요구를 참지 못해 퇴사한 것인데 손해배상 소송을 당하자 황당해했다.
정어리 폐사가 산소부족 때문이라면, 집단 퇴사는 직장 내 산소 부족 같은 상황일 수 있다. '직장생활이 숨 막힌다'는 표현을 직원들이 자주 할수록 원인 모를 집단 퇴사가 늘어난다. 인간이나 동물이나 숨쉬기 어렵다면 견디기 힘들 것이다. 직장인들이 숨 막혀 죽을 듯한 느낌을 받는 경우로 '실적 압박이 너무 심해 성과보고 때마다 심장이 멎을 것 같다', '권위적이고 위계적인 조직문화로 의견 개진 기회조차 없고, 좋은 의견을 내봤자 문고리 권력자에게 잘린다' 등이 제시된다. '회사의 미래가 안 보인다', '뒷담화가 난무해 없는 이야기가 퍼진다', '사내 정치 패거리가 형성되어 업무보다 줄서기에 급급하다', '평가보상승진이 혈연 학연 지연의 정실주의로 행해진다' 등도 원인 모를 집단 퇴사를 촉발시킬 수 있다. 최근 필자가 만난 이직자들은 전 직장에서 심한 정실인사로 받았던 괴로움과 창업자의 강한 성격 때문에 시달렸던 스트레스를 토로했다.
그 밖에도 '지금 회사에서 자신의 20년 후 모습이 말년 부장의 초라한 모습일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사장이 자기 마실 커피 한 잔만 사서 회의에 들어온다', '회식 자리에서 지갑을 두고 왔다면서 먼저 일어나 가 버린다', '새로운 시도를 하면 해봤던 것이라며 핀잔을 듣는다', '폭언이나 폭행, 성추행 등이 있다', '상사의 간섭, 잔소리, 무능력함', '고객사의 갑질과 막무가내형 민원인들로부터 괴롭힘을 당하는 경우'도 이직 결심의 계기를 제공할 수 있다.
직원들이 숨 막혀 집단 퇴사하면 회사에 적지 않은 타격이 될 수 있으므로 경영자는 회사 내 산소포화량이 적절한지 수시로 체크하여 직원들의 숨통을 틔어 주어야 한다. 문제는 치열한 경쟁 속, 회사도 생존해야만 하는 상황에서 경영자가 조직구성원까지 중시하는 마음을 가지려면 누구보다 적극적이고 세심하게 직원들과 소통하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