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에 갇힌 민주당

입력
2022.10.26 18:00
26면
정계개편설로 번지는 이재명 리스크 
진영대결과 팬덤정치에 안주한 결과 
민주화 계승할 새 시대정신 모색해야

편집자주

매주 수요일과 금요일 선보이는 칼럼 '메아리'는 <한국일보> 논설위원과 편집국 데스크들의 울림 큰 생각을 담았습니다.



검찰의 대장동 수사가 이재명 민주당 대표 턱밑까지 파고들었다. 이 대표가 ‘김건희 특검’을 포함한 쌍특검으로 저항하고, 당사 앞에서 울먹이며 호소도 해봤지만 검찰의 매서운 칼날을 피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상황이 엄중해지자 민주당 내부에서 “우려하던 이재명 사법 리스크가 현실화했다”는 심각한 목소리가 나오고, 정치평론가들은 ‘민주당발 정계개편설’까지 거론하고 있다.

이재명 리스크는 사실 새로운 게 아니다. 지난해 9월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에서 대장동 사건이 불거졌을 때부터 당내에서는 이재명의 도덕성과 사법 리스크에 대한 우려가 적지 않았다. 대선 과정에서 대장동 사건에 이어 성남FC 후원금, 쌍방울 관련 변호사비 대납 의혹 등이 연달아 터지면서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는 현실화했다. 유동규의 작심 인터뷰 이후 이 대표의 입지는 급격히 위축되고 있다.

이재명 리스크의 연장선에서 거론되는 정계개편설 또한 오래된 레퍼토리다. 윤석열 정부가 여소야대 국면을 타개하기 위해 정계개편 카드를 꺼낼 수 있다는 관측은 대선 직후부터 불거졌다. 거대 야당이 사사건건 국정운영에 발목을 잡는다면 이재명을 희생양 삼아 야당을 갈라 칠 것이라는 시나리오였다. ‘도덕성 논란과 함께 각종 비리 의혹에 노출된 이재명을 제거해서 도리어 민주당 좋은 일만 시키는 것 아닌가’라는 농담마저 서초동 주변에서 나돌았다. 여러모로 취약한 정치인의 업보를 겨냥한 조롱인 셈이다.

사정이 이런데도 민주당은 이재명 리스크 앞에서 단일대오로 저항하고 있다. ‘윤석열 정부가 민주당 당사를 압수수색하고 야당을 탄압하고 있다’는 이유를 앞세워 대통령 시정연설마저 보이콧했다. 민주당 원로들은 ‘야당탄압에 맞서 똘똘 뭉치라’는 행동지침까지 제시했다. 원로들은 “윤석열 정부가 집권 초기 민주당을 궤멸 혹은 파괴해 정치지형을 재편하려는 것 아니냐” “검찰이 야당을 파괴하려는 의도로 수사를 벌이고 있다”는 현실진단을 이 대표에게 전달했다고 한다.

물론 야당 대표를 겨냥한 검경 수사의 논쟁적 측면을 무시할 순 없다. 문민정부 이후로 대선자금을 파헤쳐 경쟁자를 법정에 세운 전례가 없는 게 사실이다. 이 때문에 민주당 입장에서는 야당 대표를 겨냥한 무차별 수사를 정치보복으로 규정할 법하다. 민주당이 이재명 리스크 앞에서 단일대오로 똘똘 뭉치는 이유가 충분한 셈이다.

하지만 민주당은 어쩌다 ‘이재명 방탄정당’이라는 오명을 얻게 됐는지 먼저 성찰해야 한다. 도덕성과 리더십 논란을 뒤로한 채 민주당은 이 대표에게 국회의원 배지와 당대표 명함을 내줬다. 정치보복으로 인정되는 경우 당직 징계를 예외로 두는 당헌까지 개정하며 이재명 리스크를 방호했다. 진영대결 속 수적 우세와 ‘개딸’을 앞세운 팬덤정치에 기댄 질주가 아니라고 자신할 수 있는가.

민주당은 검찰공화국이라고 폄하하는 윤석열 정부를 상대로 경쟁우위도 확보하지 못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낮은 국정운영 지지율과 마찬가지로 이재명 민주당도 30% 박스권 지지에 갇혀 있다. 임기 초반 윤석열 정부의 국정운영 미숙에 기댄 반사이익을 전혀 누리지 못하고 있다. 국민의힘은 30대 정치인을 당대표로 뽑아 대선을 치르는 실험이라도 해봤지만 민주당은 여전히 86세대로 돌려막기에 급급하다.

다음 총선이 치러지는 2024년이면 MZ세대가 40대 초반까지 치고 올라간다. 언제까지 보수ㆍ진보의 이념 대결에 사로잡혀 민주화의 경쟁우위만 주장할 텐가. 산업화는 물론 민주화 시대를 계승할 새로운 시대정신을 모색하지 않으면 정치혐오의 덫에 빠지고 말 것이다. 국민의힘 또한 시대적 과제에서 자유롭지 않다.

김정곤 뉴스부문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