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부터 주변 시세보다 최대 30% 싼 공공분양 아파트 50만 가구가 공급된다. 이 중 34만 가구는 청년층 몫이고 나머지는 무주택 중장년층에게 돌아간다. 특히 40년 만기 최저 연 1.9%의 장기 모기지 대출도 제공해 7,000만 원만 있으면, 시세 5억 원짜리 집을 구입할 수 있게 된다.
특히 주택을 재산 형성의 주요 수단으로 여기는 정서를 고려해 분양가를 낮추되 향후 시세차익을 공공과 나누는 나눔형, 임대로 살다 6년 후 ‘입주 시 분양가와 분양 시 감정가’의 평균으로 분양받을 수 있는 선택형 등 다양한 분양방식을 제공하기로 한 것이 눈에 띈다. 지난 정부 청년임대주택 정책이 정작 내 집 마련을 원하는 청년들에게 외면받았던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번 공공분양의 문제점도 같은 지점에서 비롯된다. 공공주택 공급의 최우선 목표가 저소득층 주거 안정이라는 점을 외면하고 있다는 비판을 피하기 힘들다. 정부가 제출한 내년 예산안에서 공공임대주택 예산이 5조6,000억 원 삭감됐다. 이는 올해 대비 28% 줄어든 것으로 목표 공급 물량도 17만 채에서 10만5,000채로 줄었다. 반면 분양 공급 관련 예산은 3조 원 늘었다. 극단적으로 표현한다면 ‘반지하의 비극’을 막기 위한 예산이 ‘청년 내 집 마련’을 위한 예산으로 바뀐 것이다.
물론 제한된 예산에서 우선순위를 정할 수밖에 없고, 국민의 ‘내 집 마련 꿈’을 돕는 것도 국가의 중요한 정책이다. 또 ‘청년 원가 주택’과 ‘역세권 첫집’은 윤석열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기도 하다.
하지만 ‘역세권 85㎡ 아파트’를 마련하는 꿈까지 정부가 나서서 돕는 것은 자칫 인기 지역에 대한 민간부문의 공급 역량을 제한해 장기적으로 시장을 왜곡할 수 있다. 또 주택청약제도를 믿고 수십 년간 청약통장에 돈을 부어온 50대 이상 세대가 느끼는 소외감도 무시할 수 없는 문제다.
‘공공분양 50만 호’의 성공은 이런 문제를 함께 해결하며 추진하는 데 달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