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플랫폼정부 구축, 반도체 인재 양성 등 윤석열 정부가 중점적으로 추진하는 사업 예산이 '무계획'으로 편성됐다는 지적이 나왔다. 전체적인 계획 없이 예산 수천억 원이 반영되는가 하면, 사업 효과에 대한 사전 검토가 미진한 사례도 있었다.
26일 국회 예산정책처는 '2023년도 예산안 위원회별 분석' 보고서에서 내년도 예산안에 편성된 디지털플랫폼정부 지원 사업에 대해 "기본 방향이나 구체적인 계획이 수립되지 않은 상황에서 편성됐다"며 "상위 계획과의 부합성, 기획의 충실성 등에 미흡한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내년도 디지털플랫폼정부 관련 예산은 총 4,000억 원이 반영됐는데, 이를 주도하는 디지털플랫폼정부위원회는 내년 1분기에야 관련 사업의 비전과 철학, 중점 추진 과제 등을 수립한다. 전체를 아우르는 로드맵 없이 예산부터 편성한 셈이다.
개별 사업 내용도 구체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왔다. 예컨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소관 디지털플랫폼정부 지원 사업 중 공공업무 프로세스 자동화·지능화 프로젝트 등 3개는 수요조사를 실시하지 않았다. 수요가 충분한지 모르는 채 예산 먼저 투입하는 것이다. 예정처는 또 "2024년 이후 중장기 목표, 추진 방향도 제시되지 않았다"며 "계획을 면밀히 수립한 후 사업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윤 대통령이 높은 관심을 두고 있는 반도체 인재 양성 사업도 마찬가지였다. 교육부는 내년부터 4년간 대학 24곳을 반도체 특성화 대학으로 선정해 재정 지원을 할 계획이다. 우선 내년에는 6개 대학에 평균 80억 원씩 지원하기로 하고, 총 480억 원을 편성했다. 하지만 예정처는 "소요예산 규모가 큰 신규 사업임에도 사업계획 구체화가 미흡하다"며 "대학을 대상으로 하는 다른 반도체 인재 양성 지원 사업과 중복 투자가 우려된다"고 했다.
나랏돈으로 육성한 반도체 인재가 실제 취업할 수 있을지에 대한 우려도 있었다. 취업 여건 검토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예정처는 "반도체 관련 학과의 반도체 분야 취업률이 7.7%로 높지 않은 상황이고, (반도체 산업 취업은) 반도체 경기순환에 크게 영향을 받는다"며 "취업 여건에 대한 철저한 연구와 사전 준비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신규 편성된 '계기성 행사' 예산도 같은 지적을 받았다. 계기성 행사란 청와대 개방, 광복절 등 특정한 계기에 맞춰 열리는 전통공연예술 행사로, 내년 예산에 13억 원이 반영됐다. 올해 청와대 개방 기념 'KBS 열린음악회'를 열 때는 '문화예술 인프라 구축 사업' 예산에서 10억 원을 가져다 썼는데, 이와 비슷한 상황을 대비한 맞춤 예산을 만든 것이다. 하지만 예정처는 "행사 주제와 세부 프로그램 등이 수립되지 않았다"며 "예산 규모 적정성이 재검토될 필요가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