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역 관문 억제제' 효능 크게 높이는 치료법 찾았다

입력
2022.10.25 19:37

기존 암 면역 치료에 사용되는 ‘면역 관문 억제제’의 문제점을 해결하면서 치료 효과를 크게 높이는 새로운 치료법이 국내 연구팀에 의해 개발됐다.

이에 따라 부작용 없이 다양한 암종에서 암 면역 치료 효과를 획기적으로 향상할 수 있는 대안으로 기대된다.

고성호ㆍ최용두 국립암센터 박사 연구팀은 FOXM1 억제제를 사용해 암세포가 면역세포 공격을 피하기 위해 이용하는 ‘PD-L1’ 단백질 생성을 차단할 수 있음을 증명하고, 이를 활용한 획기적인 면역 치료법을 개발해냈다.

암세포는 세포 표면에 PD-L1이라는 면역 관문 단백질을 과잉 발현한 뒤 면역세포인 독성 T-세포와 상호작용해 T-세포가 암세포를 인지하더라도 암세포를 공격할 수 없게 만든다.

글로벌 제약사를 비롯한 업계에서는 암세포의 PD-L1 면역 관문 단백질과 독성 T세포 사이의 상호작용을 억제해 T세포가 암세포를 다시 공격할 수 있도록 하는 항체 기반 면역 관문 억제제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하지만 기존 항체로 만든 면역 관문 억제제 가격이 너무 비싸 암 환자에게 큰 부담이 되고, 암세포 증식이 빠르거나 종양 크기가 큰 경우 치료 효과가 미미하다. 또 최근 면역 관문 억제제 사용이 증가하면서 심장 독성 등 심각한 부작용 사례도 늘어나고 있다.

연구팀은 FOXM1 억제제를 암세포에 처리하면 암세포가 PD-L1 단백질을 만들지 못하게 할 뿐만 아니라 암세포 증식을 억제하고 암세포 사멸까지 유도해 효과적으로 암을 치료할 수 있음을 동물 실험으로 확인했다.

특히 면역 치료 저항성을 보이는 폐암 동물 모델에서 FOXM1 억제제와 면역 관문 억제제를 동시에 투여했을 때 각각 단독으로 투여했을 때보다 면역 치료 효과가 크게 향상됐다.

또한 FOXM1 억제제는 암세포에 높게 발현돼 있는 FOXM1 단백질에만 작용하므로 FOXM1 억제제를 이용한 단독 또는 병용 치료 시 정상 조직에 대한 부작용이 나타나지 않는다는 사실도 알아냈다.

고성호 박사는 “FOXM1 단백질은 폐암ㆍ대장암 등 다양한 암종에서 과잉 발현돼 있어 FOXM1 억제제를 이용한 면역 치료법은 부작용 없이 다양한 암종에서 암 면역 치료 효과를 획기적으로 향상할 수 있는 대안이 될 것”이라고 했다.

최용두 박사는 “FOXM1 억제제는 생산가가 낮아 의료비 부담을 크게 낮춰 많은 환자에게 효과적인 치료법을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며 “향후 임상 효과를 검증해 실제 암 치료에 적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고급 과학(Advanced Science)’ 최신 호에 표지 논문으로 선정됐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