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백신·바이오 분야 리더들이 코로나19 다음에 올 세계적 대유행(팬데믹)에 대비하려면 국가 간 불평등을 없애야 한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제롬 김 국제백신연구소(IVI) 사무총장은 25일 서울 광진구 워커힐호텔에서 개막한 '2022 세계 바이오 서밋' 기조연설을 통해 "미래 팬데믹을 준비하려면 진단, 연구·개발(R&D) 펀딩, 백신 제조, 백신 공급, 접종 등 5개 분야에서 불공평을 완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세계 바이오 서밋은 각국의 3년간 코로나19 대응 경험을 공유하고 미래 감염병 팬데믹에 대응하기 위한 국제 공조 방안을 논의하는 글로벌 행사다. '백신·바이오헬스의 미래'란 주제로 올해 처음 우리나라에서 열렸다. 보건복지부와 세계보건기구(WHO) 공동 주최로, 세계 여러 국가와 기업, 국제기구의 백신·바이오 분야 리더들이 한국에 모였다.
김 사무총장은 코로나19로 전 세계가 위기를 맞았지만 '백신 혁신'을 이룬 건 성과로 꼽았다. 적극적인 자금 제공(펀딩) 노력 덕분에 임상 단계에서 172개 백신이 개발됐고, 메신저 리보핵산(mRNA) 백신 등 새로운 백신이 등장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국가 간 백신 접종 불평등을 해소하지 못한 건 한계로 지적했다. 백신의 85%가 상위·중상위 소득국가에서 사용되고, 저소득국가에선 국민의 70~80%가 백신을 맞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런 불공평 문제로 사망자가 속출했고, 새 변이가 연이어 등장해 감염병 위기가 장기화했다는 것이다. 김 사무총장은 "백신이 생명을 살리는 게 아니라 접종이 살린다"며 "국제 백신 공동구입 프로젝트 코백스(COVAX)와 제조 분산이 불공평 문제를 완화하는 대책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WHO 사무총장도 온라인 축사에서 "백신을 비롯한 의료 수단의 제조 능력이 극소수 국가에 집중된 것을 개선해 현지 생산을 확대하고 국가 간, 국가 내 보건 불평등을 줄여야 한다"고 당부했다. 행사에 참석한 무함마두 부하리 나이지리아 대통령은 축사에서 국제 공조로 감염병 대응 역량을 키워야 한다며 한국에 적극적인 역할을 기대한다고 전했다.
이후 진행된 기업대표 분과에선 코로나19 팬데믹 초기부터 백신, 치료제, 원부자재 개발에 힘써온 세계 주요 기업들이 '포스트 팬데믹을 위한 미래 전략'에 대해 논의했다. 화이자와 모더나, SK바이오사이언스, MSD, 시오노기, 일동제약, 머크, 아프리젠, 바이오백 등 9개 기업 대표들은 미래 백신·바이오 시장을 전망하며 협력 방안을 모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