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장기집권에 조용한 미국… 뒤로는 '중국 스파이' 색출 압박

입력
2022.10.25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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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주석 3연임에 "중국 내부 정치 언급 않겠다"
'화웨이 수사정보 빼내려던 중국인 2명 체포' 공개
미 법무부·FBI 수장 이례적 발표...중국 견제 노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3연임이 확정됐지만 미국 조 바이든 행정부는 겉으로는 조용했다. 정부 차원의 공식 반응을 내놓지 않고 올해 11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기간 미중정상회담 가능성만 열어둔 정도다. 대신 중국 정보기관 연루 스파이 사건을 적발했다고 발표하는 등 법무부와 연방수사국(FBI)을 중심으로 물밑 압박을 이어갔다.

11월 바이든-시진핑 만나면 변곡점 될까

존 커비 미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은 24일(현지시간) 시진핑 3기 체제 관련 질문에 “중국 정당 내부 정치에 대해 언급하지 않겠다”라고 답했다.

다만 커비 조정관은 중국의 도전에 물러서지 않겠다면서도 대화의 문은 열어뒀다. 그는 “우리는 인도ㆍ태평양은 물론 세계 다른 곳에서 중국이 안보 환경에 제기하는 위협과 도전에 대응하기 위해 역량을 가동할 준비를 갖추고 있다”라면서도 “우리는 또 정상 간 대화를 포함해 소통 라인을 열어두기 위한 노력을 지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해 1월 취임 이후 시 주석과 5차례 화상 및 전화 통화를 가졌다. 또 양국 외교안보 책임자 간 실무급 대화도 계속 이어졌다. 하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대면 정상회담은 한 차례도 열리지 않았다. 바이든 대통령은 다음 달 인도네시아에서 열리는 G20 정상회의 기간 시 주석을 만날 수 있다고 언급한 상태다.

물론 미중 정상이 만난다고 해도 대만 문제나 반도체 등 무역 갈등으로 인해 원만한 합의를 이룰 정도의 관계는 아니다.

중국 정부 요원 등 기소... 시진핑 잔치 재뿌리기?


미국은 당장 “중국이 미국 사법체계 근간을 해치려고 시도한다”(메릭 갤런드 법무장관)며 공세를 펼쳤다. 미 법무부와 FBI는 이날 중국 정보기관 국가안전부 요원 등 13명을 기소하고 그 가운데 2명을 스파이 혐의로 체포한 총 3건의 개별 사건을 공개했다.

뉴욕 동부지검은 중국 통신장비업체 화웨이 수사 정보를 빼돌리려 한 혐의로 중국인 2명을 기소했다. 이들은 FBI가 관리하던 미국 정부의 이중스파이에게 접근해 6만1,000달러(약 8,800만 원)의 뇌물을 주고 기밀 정보를 빼내 화웨이 관계자 기소를 저지하려다 덜미를 잡혔다. 또 중국 반체제 인사 등의 본국 송환 계획인 ‘여우사냥’에 가담한 중국인 7명, 스파이 모집 혐의를 받는 4명 등도 기소됐다.

미 CNN은 “중국 정부를 대리해 미국 국적자에게 영향력을 행사하려 하거나 미국 국토 내에서 불법 행동을 하려고 한 중국인을 밝혀낸 가장 최근 사례”라고 설명했다.

갤런드 장관과 수사 책임자 크리스토퍼 레이 FBI 국장이 직접 나서 이례적으로 발표한 형식과 시점도 공교로웠다. 이날이 시 주석 3연임 및 지도부가 확정된 중국 공산당 20기 중앙위원회 1차 전체회의(20기 1중전회) 하루 뒤라는 점에서 ‘미국의 중국 잔치 재뿌리기’ 의도도 담긴 것으로 보인다.

워싱턴= 정상원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