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엔 피켓 들고 근조리본…민주, 尹 시정연설 '보이콧' 어떻게 할까

입력
2022.10.24 20:00
보이콧 공식화 민주 "구체적 방식은 내일 결정"
박수 거부·피켓 게시… 항의 시위로 지연되기도

검찰의 민주연구원 압수수색에 대응해 더불어민주당이 24일 의원총회를 열어 25일로 예정된 윤석열 대통령의 ‘시정연설 보이콧’ 카드를 공식화했다. 김용 민주연구원 부원장 구속과 당사 압수수색 배후에 대통령실이 있다고 보고 맞대응하기로 한 것이다.

예산안 시정연설은 대통령이 국회에서 다음 해 예산안에 대한 협조를 요청하는 연설이다. 과거에는 대통령이 직접 나오는 경우는 드물고 대신 국무총리가 대통령의 연설문을 대독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다 박근혜 정부 이후 대통령이 매년 국회를 방문해 시정연설을 하는 것이 관행으로 굳어졌다. 하지만 거대 양당이 정치적으로 대립할 때가 많다 보니, 매해 시정연설 때마다 야당 의원들의 피켓 시위나 박수 거부 등도 단골메뉴처럼 등장했다.

대표적인 사례가 문재인 정부 출범 후 첫 예산안을 발표한 2017년 11월 시정연설이다. 당시 야당이던 자유한국당(국민의힘 전신) 의원들은 검은색 상복을 입고 가슴에는 ‘근조’ 리본을 단 채 시정연설에 참석했다. 이들은 ‘민주주의 유린 방송장악 저지’라고 적힌 팻말을 모니터 앞에 내걸고, ‘북핵규탄 유엔 결의안 기권! 밝혀라!’ 등이 적힌 현수막을 펼치기도 했다.

박근혜 정부 때인 2015년 시정연설 당시에는 역사교과서 국정화에 반대하는 야당 의원들의 시위로 연설이 15분 지연됐다. 2013년 11월 시정연설 직후에는 해산 절차 관련 재판이 진행 중이던 통합진보당 의원들이 마스크를 쓴 채 ‘정당 해산 철회’라고 쓰인 피켓을 들었다.

이명박 대통령이 취임 첫해 직접 시정연설에 나선 2008년에는 민주당 의원들이 연설 종료 후 일어서지 않고, 박수를 보내지 않는 방식으로 미국산 쇠고기 수입 협상에 대한 항의를 보냈다. 박수 거부 외에 시정연설 전 대통령과 여야 지도부 차담회 불참 등의 방식도 여러 번 등장했다.

민주당은 이 같은 전례를 고려해 구체적인 보이콧 방식을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국회법에 ‘예산안에 대해서는 본회의에서 정부의 시정연설을 듣는다’(84조)는 규정이 있어, 참석은 하되 항의 표시를 하거나 중간에 퇴장하는 방식이 될 가능성이 크다. 취임 첫해 예산안 협조를 구하는 자리인 만큼, 불참할 경우 민생을 외면한다는 역풍을 맞을 수도 있어서다. 민주당은 앞서 윤 대통령 취임 직후 진행된 추가경정예산안 시정연설에서도 피켓이나 항의 없이 기립 박수를 보낸 적이 있다. 오영환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피켓을 들든 규탄 시위든 여러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며 “어떤 방식일지는 내일 오전까지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박세인 기자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 Copyright © Hankookilb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