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오후 3시 열린 법무부 등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장이 난데없는 '청담동 고급 바 술자리' 의혹 공방으로 발칵 뒤집혔다.
발단은 김의겸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질의였다. 첫 질의자로 나선 김 의원은 지난 7월 19일 밤부터 20일 새벽까지 한동훈 법무장관이 윤석열 대통령과 이세창 전 자유총연맹 총재 권한대행, 법무법인 김앤장 변호사들과 청담동 고급 바에서 밤늦도록 술자리를 가지며 음주가무를 즐겼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김 의원이 제시한 근거는 이세창 전 총재 권한대행과 익명의 제보자가 '시민언론 더탐사' 측과 통화한 녹취록이었다. 첫 번째 공개된 녹취록에서 이 전 총재는 한 장관과 윤 대통령의 술자리 참석 여부를 묻는 '더탐사' 측의 질문에 구체적 답변을 피한 채 두루뭉술하게 "예, 맞습니다"라고 답변을 넘겨 버린다. 이 전 총재는 지난 대선 당시 국민의힘 동서화합미래위원회 총괄본부장을 맡아 윤 대통령의 선거운동을 지원했던 인물로 알려졌다.
이어 김 의원은 해당 술자리에 동석했던 익명의 제보자와 '더탐사' 측의 대화라며 음성 변조된 여성 목소리가 담긴 녹취 파일을 공개했다. 녹취 파일에는 '원래 김앤장 변호사들이 참석하는 술자리였는데 한 장관이 먼저, 그리고 윤 대통령이 뒤늦게 경호원들을 대동하고 합류했고, 그 자리에 있던 첼리스트가 클래식을 연주한다고 하니 한 장관이 좋아했다는 것과 윤 대통령이 '동백아가씨'를 연주해주면 노래를 부르겠다고 했다'는 내용 등이 담겨 있다.
김 의원에게 제보 내용을 전했다는 '더탐사'는 앞서 한 장관의 퇴근길을 따라 붙어 스토킹 혐의로 고소를 당한 매체다.
김 의원은 두 개의 녹취파일을 근거로 한 장관을 향해 "7월 19일 밤 그날 술자리를 가신 기억이 있느냐"며 "청담동에 있는 고급스러운 바였고, 그 자리에 그랜드피아노 있었고 첼로가 연주됐다. 기억나느냐"고 몰아붙였다.
김 의원이 튼 녹취록이 국감장에 울려 퍼지는 동안 한 장관은 뒤로 몸을 젖히거나, 헛웃음을 지어 보이며 불쾌감을 표시했다. 때로 미간을 찌푸리거나, 손을 들어 허공을 휘저으며 격한 감정을 드러내기도 했다. 김 의원의 질의가 끝나자 한 장관은 작심한 듯 반격에 나섰다.
한 장관은 김 의원에게 "제가 저 자리에 있었거나, 비슷한 자리에 있었거나 근방 1km 안에 있었으면 저는 법무부 장관직을 포함해서 앞으로 어떤 공직이라든지 다 걸겠다. 의원님은 뭐 거시겠느냐, (직을) 거시는 것 좋아하시지 않냐"며 "스토킹하는 사람들하고 야합해서 이런 식으로 국무위원을 모욕한 것에 대해서 자괴감을 느낀다"며 의혹을 강하게 부인했다.
이어 "저 술 못 마시는 것은 아시느냐. 저는 꼭 가야 되는 자리도 안 나가고 회식 자리도 안 간다"며 "저기서 제가 노래를 부르고 동백아가씨를 했다? (새벽) 3시 넘어서? 그 말씀에 자신 있으시냐"고 반발했다. 그러면서 김 의원을 향해 "스토킹의 배후자가 김의겸 의원이셨던 거냐"고 쏘아붙이기도 했다.
감정이 격해진 두 사람의 말싸움은 10여 분간 지속됐다. 한 장관은 "지라시 수준도 안 되는 내용을 첫 질문으로 그냥 지르는건가. 국무위원을 모욕하고 모함하는 국정감사가 말이 되는 소리냐. 책임지시라. 저도 책임질 거니까 분명히 사과를 요구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고, 김 의원 역시 "이세창 총재가 봤다고 한다. 국회의원은 의혹을 물어보고 확인할 권리가 있다"고 맞받으며 한동안 소란이 이어졌다.
한편 김 의원의 술자리 의혹 제기에 윤 대통령이 거론되자, 대통령실도 반박 입장을 내고 김 의원의 사과를 촉구했다. 이재명 부대변인은 서면브리핑에서 "김 의원이 대통령과 법무부 장관의 동선과 관련해 완전히 꾸며낸 소설을 발표했다"며 "아무런 근거 없이 면책특권에 기대 허위 사실을 퍼뜨리는 것은 책임 있는 정치인의 자세가 아니다. 국민을 상대로 거짓말을 한 김 의원의 분명한 입장 표명과 사과를 요구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