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저리그 2년차 김하성(27·샌디에이고)이 더할 나위 없는 한 해를 보냈다. 안정된 수비를 바탕으로 주전 한 자리를 꿰찬 것을 넘어 한국인 최초로 골드글러브 유격수 부문 최종 후보 3인에도 포함됐다. 첫 ‘가을 야구’에서는 빠른 발과 예리한 눈을 앞세워 공격 첨병 역할을 톡톡히 했다.
김하성은 24일(한국시간)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의 시티즌스뱅크파크에서 열린 내셔널리그 필라델피아와 챔피언십시리즈(7전4승제) 5차전에서 3타수 무안타 1볼넷을 기록했다. 팀이 3-4로 져 김하성의 이번 시즌도 끝났다.
샌디에이고는 시리즈 전적 1승4패로 탈락했고, 필라델피아는 2009년 이후 13년 만에 월드시리즈에 진출했다. 대망의 월드시리즈는 이날 끝난 아메리칸리그 챔피언십시리즈에서 뉴욕 양키스에 4연승을 거둔 휴스턴과 필라델피아의 대결로 오는 29일부터 펼쳐진다.
꿈의 월드시리즈 무대는 다음을 기약해야 했지만 김하성의 미래는 더 밝게 빛났다. 지난해 백업 내야수로 메이저리그에 도전한 김하성은 올해 팀 내 입지가 180도 달라졌다. 주전 유격수 페르난도 타티스 주니어가 손목 골절 부상, 금지약물 복용으로 장기 이탈하면서 꾸준히 출전 기회를 받고 기량도 마음껏 발휘했다.
김하성의 성장은 지표로도 잘 나타난다. 지난해 117경기에서 타율 0.202(267타수 54안타) 8홈런 34타점 27득점 6도루를 기록했지만 이번 시즌 150경기에서 타율 0.251(517타수 130안타) 11홈런 59타점 58득점 12도루를 찍었다.
타격감이 물올랐던 7월과 8월에는 각각 월간 타율 0.314, 0.294를 기록하며 리드오프 역할을 맡았다. 김하성의 대체선수대비승리기여도(WAR)는 야구 통계 사이트 팬그래프 기준 3.7로 매니 마차도(7.4), 제이크 크로넨워스(4.2)에 이은 팀 내 타자 3위다.
무엇보다 수비를 빼 놓을 수 없다. 메이저리그 골드글러브는 수비 능력만으로 평가하기 때문에 골드글러브 최종 후보 3인에 포함됐다는 건 수비 능력만큼 내셔널리그 '톱3' 안에 든다는 얘기다. 아시아 선수가 골드글러브를 수상한 사례는 이치로 스즈키(2001~2010년·외야수)가 유일하다. 내야수는 아직 없다.
포스트시즌에서도 인상적이었다. 12경기에서 타율은 0.186(43타수 8안타)에 그쳤지만 6볼넷 8득점 6타점을 기록했다. 포스트시즌 8득점은 샌디에이고 전설 토니 그윈이 1984년에 남긴 7득점을 넘어선 팀 신기록이다.
이제 김하성은 메이저리그 올스타로 귀국해 다음달 11일부터 4일간 국내 프로야구 올스타와 친선전에 나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