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이 아닌 동물의 세포나 조직, 장기 등을 인체에 이식하는 의학 기술을 '이종이식(Xenotransplant)'이라 한다. 장기 수급 불균형을 해소할 수 있는 효과적인 대안으로 주목받는 이종이식은 하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
지난 1월 7일, 미국 메릴랜드대 메디컬센터에서 인체 면역거부반응의 위험성을 줄인 유전자조작 돼지의 심장을 세계 최초로 이식받은 만 57세 미국인(David Bennett)이 두 달 만인 3월 8일 숨졌다. 말기 심장병 환자였던 베넷은 돼지 심장 이식의 위험성을 충분히 고지받은 뒤 그 실험적인 수술에 동의했고, 수술 후 짧은 시간이나마 퇴원해서 가족과 비교적 건강한 시간을 보냈다고 한다. 그의 아들은 “아버지의 이식-죽음이 끝이 아니라 희망의 시작이 되기를 희망한다”고 한 인터뷰에서 말했다. 앞서 2021년 10월 뉴욕의 한 외과병원이, 역시 가족 동의를 얻어 뇌사 상태의 환자에게 돼지 신장을 이식하는 수술에 성공한 적은 있다.
도박이라 해야 할 만큼 실험적이고 윤리적으로도 논쟁적이긴 하지만, 이종이식은 1960년대부터 시도돼 왔다. 침팬지 신장을 인간에게 이식한 게 처음이었다. 면역거부반응에 대한 지식이 일천하던 때였고, 당연히 실패했다. 캘리포니아 로마린다대 메디컬센터가 1984년 10월 26일 심장 기형을 지닌 채 태어난 생후 14일 된 여아(일명 Baby Fae)에게 개코원숭이 심장 이식을 시도하기도 했다. 의료진은 유아의 면역체계가 덜 발달돼 면역거부반응도 적을 수 있다고 기대했다. 아이는 20일 만인 11월 15일 급성심부전으로 사망했다.
돼지가 장기 조달에 유리한 점은, 영장류보다 키우기 쉽고 더 빨리 성숙해 생후 6개월이면 모든 장기가 성인 장기 크기에 도달하기 때문이다. 이식에 성공하더라도 장기적인 안정성이 입증돼야 한다. 돼지를 인체 장기의 예비부품으로 활용하는 것은 부도덕하다는 동물권 단체의 반발도 있다. 돼지는 미국에서만 매년 1억 마리 이상 식용으로 도축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