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년 전 제주에 처음 나타난 멸종위기종, 울릉도서 발견...해수온 상승 영향?

입력
2022.10.24 14:18
독도·울릉도 생물다양성 조사 결과 공개
멸종위기 야생생물 Ⅱ급 '의염통성게' 발견
'독도체레스' 등 새로운 속명도 탄생

주로 따뜻한 곳에서 서식하는 멸종위기 야생생물 Ⅱ급 '의염통성게'가 올해 울릉도 해역에서 발견됐다. 50여 년 전 제주에서 발견된 후 처음인데, 해수온 상승으로 인한 서식지 확장 가능성이 있어 추가 조사가 진행될 예정이다.

24일 환경부 국립생물자원관은 독도의 날(10월 25일)을 맞아 올해 진행한 독도와 울릉도의 생물다양성 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올해는 이택준 삼육대 교수 연구진과 함께 5~8월 총 세 차례에 걸쳐 독도 9곳, 울릉도 5곳에서 조사했다.

이번 조사에서는 의염통성게가 울릉도 해역에 서식하고 있다는 사실이 최초로 확인됐다. 의염통성게는 중형 크기의 성게류로 꽃무늬 형태의 옅은 보라색이 특징이다. 해외에서는 일본과 필리핀, 스리랑카 등 비교적 따뜻한 해역에 분포한다. 모래 속 유기물을 먹어 퇴적물의 오염과 부패를 막는 역할을 해 '모래 속 청소부'라는 별명도 붙었다.

의염통성게는 1970년 제주 서귀포시에서 처음 발견된 이후 나타나지 않다가 40년 만인 2010년 서귀포시에서 다시 발견됐다. 이후 제주 해역 수심 10~20m인 곳에서만 드물게 관찰됐다. 제주 외 다른 지역에서 발견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해당 종의 북방한계선이 높아졌다는 의미일 수 있다. 연구진은 "남방성 분포를 나타내는 종이 울릉도에서 발견됐다는 것은 최근 해수온 상승 등의 영향으로 분포 범위가 동해로 확장됐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라며 "정확한 서식 면적 및 개체수 등을 지속적으로 조사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무척추동물의 종 발굴이 목적인 이번 조사에서는 신종 후보 10종을 비롯해 국내 미기록종도 3종이나 찾아냈다. 특히 신종 후보 종 가운데 해면동물에 공생하는 요각류 2종은 새로운 속(屬·'종'의 상위 단계)에 속하는 종으로 확인했다. 연구진은 각각 '독도체레스(Dokdocheres)'와 '아마로미존(Amalomyzon)'이라는 새 속명을 붙였다. 연구진은 신종 후보 10종 등을 국내외 학술지에 독도와 동해에서 발견된 종으로 기재해 등록하고, 국가 생물종 목록에도 등재할 예정이다.

곽주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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