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지 재활용 시장이 위험신호를 보내고 있다. 2018년 쓰레기 대란 악몽이 다시 호출되고 있다. 정부의 위기관리 능력이 시험대에 올랐다.
최근 환경부 발표에 따르면 제지회사 및 폐지 압축장 재고가 전년 대비 큰 폭으로 증가했다. 제지회사의 폐지 재고량은 보통 8만 톤 내외인데 올해는 9월 기준 15만 톤이며, 제지사로 폐지를 보내는 압축장에도 6만 톤이 쌓여 있다고 한다.
배출된 폐지는 고물상을 거쳐 압축장에서 압축된 후 제지사로 보내 재활용한다. 제지회사 보관장이 가득 차고 압축장이 포화상태가 되면 고물상이 위험해진다. 고물상이 수거를 못 하면 가정에서 쓰레기를 배출하지 못하는 쓰레기 대란이 발생한다. 재활용품 시장에서 폐지가 차지하는 비중이 높기 때문에 폐지 시장이 흔들리면 플라스틱 등 다른 재활용 수집체계가 흔들리게 된다.
폐지 재활용 시장 동맥경화 현상이 벌어진 것은 경기침체로 종이제품 생산량이 감소했기 때문이다. 제지연합회 통계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골판지 생산량은 284만 톤으로 작년 같은 기간 대비 14만 톤 감소했다. 업계에서는 최소 내년 상반기까지 국내외 제지 시장 침체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폐지 사용량이 많은 골판지 생산량이 줄어들면서 국내 폐지 발생량을 모두 흡수하지 못하고 있다. 국제적으로도 공급량이 넘쳐 나는 상황이기 때문에 수출을 통해 적체 물량을 해소하기도 어렵다. 아직 2018~2020년의 가격 급락까지는 가지 않았지만, 이 상태가 지속되면 폐지 줍는 노인 분들에게까지 영향이 갈 수 있다.
환경부는 내년 6월까지 전국 6개 창고에 폐지 1만9,000톤을 비축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현재의 폐지 시장 위기를 정부가 인식하고 있고 개입하겠다는 적극적인 신호를 보냈다는 점은 긍정적이다. 다만 현재의 시장 경색이 지속된다고 할 경우 1만9,000톤 정도를 비축하는 것이 얼마나 도움이 될 수 있을지 모르겠다. 제지 업계에 따르면 국내 제지사의 일평균 폐골판지 사용량은 2만5,000톤이다. 국내 폐지 시장 규모와 물동량을 감안하면 현재의 공공비축 계획은 유의미한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환경부 및 각 지자체가 모두 시장동향을 예의주시하며 만약의 상황에 대비한 더 적극적인 대비책을 마련해야 한다. 비축 장소도 6개 창고에만 의지할 것이 아니라 수도권 매립지를 비롯한 전국의 유휴 부지를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폐지는 장기 보관이 어렵기 때문에 시장 경색이 장기화된다면 비축된 폐지를 활용하기 어렵다. 이 경우 안타깝지만 에너지 회수 등의 대안 처리를 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모든 가능성을 열어 놓고 대응책을 마련해 국민들의 이해를 구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일회용 종이박스 사용량을 줄일 수 있는 방안도 모색해야 한다. 온라인 시장 급증으로 일회용 종이박스 사용량이 계속 증가하고 있다. 재활용이 되니까 일회용 박스를 써도 괜찮다는 우리 인식이 맞는 것인지 이참에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