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3연임에… "독재 타도" 중국 안팎서 시위 잇따라

입력
2022.10.23 23:48
시진핑 독재 비판 글귀 화장실서 등장
대학생 중심으로 시진핑 규탄 목소리 확산
해외 대학서도 유학생 가세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3연임을 확정짓자 안팎에서 "독재자를 퇴출하라"는 시위가 잇따랐다. 중국 당국의 검열을 피해 대학생들은 캠퍼스 화장실에 시 주석을 규탄하는 메시지를 은밀히 남기는가 하면 전 세계 곳곳의 중국인 유학생들도 가세했다.

22일(현지시간) 미국 CNN방송은 지난 한 주 동안 중국 도시 곳곳과 전 세계 수백 개 대학에서 시 주석의 독재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고 보도했다. 3만3,000명의 팔로어를 가진 인스타그램 계정('Citizensdailycn')은 시 주석을 비판하는 포스터가 전 세계 320개 대학에서 목격됐다고 집계했다.

CNN방송에 따르면 중국 동부의 한 대학교 4학년인 러벤 우는 지역 내 화장실에 '핵산(PCR) 검사 대신 밥을, 봉쇄 대신 자유를, 문화대혁명 대신 개혁을, 독재 대신 투표를, 노예 대신 공민을"이라는 글귀를 남겼다.


이는 앞서 제20차 공산당 전국대표회의(당 대회)를 앞두고 베이징 시내의 한 다리 난간에 걸린 현수막에 쓰였던 것과 같은 내용이다. 정체가 밝혀지지 않아 '브릿지맨(Bridge Man)'으로 불리는 현수막 시위에 대해 중국 당국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관련 게시글을 삭제하고, 검색을 차단하는 것으로 대응한 바 있다.

중국 남서부의 한 대학을 갓 졸업한 천치앙도 우와 같은 '화장실 혁명'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천은 우가 화장실 벽에 남긴 것과 같은 메시지를 공중화장실 칸막이 문에 적으며 "나는 중국을 사랑하지, 공산당을 사랑하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검열과 감시 때문에 우리는 화장실 같은 곳에 들어와서야 정치적 견해를 표현할 수 있다. 이만큼의 억압을 받는 지금 현실이 가슴 아프다"고 털어놨다.

중국 바깥에서도 이 같은 움직임이 목격된다. 영국 골드스미스런던대학에서 유학 중인 중국인 학생 졸리는 우가 화장실 벽에 적은 것과 같은 글귀가 담긴 인쇄물을 교내 게시판에 붙였다. 그는 "포스터를 붙이는 건 사소한 행위이지만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가장 큰 일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지난해 네덜란드 에라스무스 대학을 졸업한 이본 리도 로테르담 지역 내 차이나타운과 대학 캠퍼스를 비롯한 시내 곳곳에 시 주석 비판 포스터를 100여 개 가까이 붙였다. 리는 "중국 관련 뉴스를 읽을 때면 정치적 무력감에 휩싸였다"면서도 "'브릿지맨'을 보고 나는 아직 희망이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시 주석의 장기 집권을 규탄하는 움직임은 이례적으로 중국을 넘어 해외까지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중국의 인권 변호사이자 미국 시카고대 초빙교수인 텅뱌오는 "이토록 많은 학생이 기꺼이 위험을 감수하고 반대 시위에 나서고 있다는 사실은 시 주석의 '10년 후퇴'에 대한 분노가 얼마나 널리 퍼져 있는지 보여준다"고 진단했다.

권영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