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가 2009년 선보인 '그랜저'의 광고 카피는 13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많은 사람들이 기억하고 있다. 한때 '사장님차' '회장님차'로 불렸던 그랜저를 보여주며 "나 성공했다"는 말을 우회적으로 표현한 참신한 광고였기 때문이다. 현대차는 1세대 '각그랜저'의 디자인 요소를 추가한 7세대 그랜저를 선보이며 '성공의 상징'이었던 과거 명성을 되찾겠다는 방침이다.
19일 공개된 7세대 그랜저는 2016년 11월 6세대 그랜저 출시 이후 6년 만에 선보이는 완전 변경(풀체인지) 모델이다. 전체 디자인 콘셉트는 '과거와 미래의 만남' 인 '뉴트로'다. 아직도 '진짜' 고급차로 인식되는 1세대 그랜저에 대한 '오마주'(존경)를 담으면서, 현대차의 차세대 디자인 요소를 선제적으로 적용했다. 전면부는 한 줄로 이어진 수평형 램프가 눈길을 사로잡는다. 이는 그릴과 범퍼가 연결된 '통합형 그릴'과 함께 강렬한 인상을 완성한다.
실내 공간은 탑승자를 편안하게 감싸는 랩어라운드 구조로 설계했다. 스티어링휠(운전대)은 1세대 그랜저의 디자인에서 영감을 받아, 조작계를 통합한 형태로 재탄생했다. C필러(지붕과 트렁크를 잇는 기둥)의 '오페라 글래스'도 1세대 그랜저를 떠올리게 한다. 이는 뒷좌석 승객의 측면 시야를 확보하면서, 고급스러운 느낌을 강조한다.
그랜저의 존재감은 점차 내려왔다. 하지만 인기만은 여전하다. 최근 매년 '판매 1위' 자리를 놓치지 않고 있고, 1986년 처음 출시 이후 올 9월까지 36년 동안 누적 판매도 213만9,447대에 달한다.
그랜저 인기의 가장 큰 비결은 '상징성'이다. 1세대 그랜저는 특유의 직선 디자인 덕분에 '각그랜저'로 불렸던 1세대 그랜저는 당시 첨단 기술이었던 '전자제어 연료분사'(MPi) 엔진을 장착하며 최고급 모델로 자리 잡았다.
그랜저가 해외에서 이름을 알리기 시작한 건 1998년 출시한 3세대 모델 '그랜저 XG'부터였다. 그랜저 XG는 창문 틀이 없는 '프레임리스 도어'를 장착하며 세련된 디자인으로 호평받았다. 2005년 출시된 4세대 모델 '그랜저 TG'는 유선형 디자인과 3.8리터 신형 엔진을 장착했다. 또 버튼 시동장치, 블루투스 핸즈프리 등 첨단 기능을 일본 고급차 렉서스의 'ES'시리즈를 겨냥했다.
2011년 선보인 5세대 그랜저(HG)는 '웅장한' 디자인으로 각광받았다. 또 국내 최초로 '어드밴스드 스마트크루즈컨트롤'(ASCC)을 적용, '첨단운전자보조시스템'(ADAS) 상용화를 열었다. 2016년 출시한 6세대 모델 '그랜저IG'는 BMW, 아우디 등 유럽 프리미엄 브랜드 출신 디자이너들을 투입, 한층 젊은 느낌으로 변신했다.
이상엽 현대디자인센터 부사장은 "7세대 그랜저는 과거 모델의 상징적 디자인 요소와 전통을 계승하며 미래로 나아가고자 하는 우리 의지를 표현했다"고 말했다. 현대차는 다음 달부터 기존 그랜저 계약자 가운데 신형 그랜저 구매를 희망하는 고객에게 차량을 먼저 인도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