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이 쫓아냈나, 제 발로 나갔나... 후진타오 돌발 퇴장 '미스터리'

입력
2022.10.23 15:37
"공청단 대거 탈락에 불만 제스처" 관측
갑자기 퇴장하며 '불쾌한 표정'  지어
중국, 트위터에 이례적 해명... "건강 문제"

22일 중국 공산당 제20차 전국대표대회(당대회) 폐막식에서 후진타오 전 국가주석이 갑자기 퇴장한 것을 두고 설왕설래가 이어지고 있다. 중국 관영 언론은 건강 문제 때문이라고 보도했지만, 시진핑 국가주석과의 불편한 관계 때문에 사실상 쫓겨난 것이라는 의심을 샀다.

후 전 주석은 연단 맨 앞줄 자리 중 시진핑 국가주석의 왼쪽, 리잔수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상무위원장의 오른쪽에 앉아 있었다. 시 주석의 전임자로 2003년부터 2013년까지 집권한 그를 예우한 자리 배치였다.

돌발 상황은 폐막식 중간에 발생했다. 남성 진행 요원이 후 전 주석에게 다가가더니 그의 팔을 붙잡아 일으켜 세웠다. 불쾌한 표정을 지으며 일어난 후 전 주석은 등 돌리고 앉은 시 주석에게 무언가를 말했다. 시 주석은 고개를 돌리지 않은 채 끄덕이기만 했다. 진행 요원의 안내에 따라 퇴장하면서 후 전 주석은 시 주석 오른쪽에 앉은 리커창 국무원 총리의 어깨에 손을 올리기도 했다.

후 전 주석은 태자당·상하이방과 함께 중국의 3대 정파를 이루는 공산주의청년단(공청단)의 핵심 인물이다. 리 총리를 비롯해 왕양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정협) 주석 등이 후 전 주석의 후계자다.


후 전 주석의 퇴장은 이번 당대회를 계기로 공청단 출신들이 대거 퇴임하게 된 상황과 맞물려 묘한 관측을 낳았다. 리 총리와 왕 주석은 중국 최고 지도부인 정치국 상무위원직에서 모두 탈락했다. "후배들이 퇴출된 데 대한 분노를 돌발 퇴장이라는 퍼포먼스를 통해 드러낸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 대목이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후 전 주석의 퇴장은 폐막식 각본에 없던 사건"이라고 전했다.

반대로 후 전 주석이 강제 퇴장당한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당대회 폐막식에선 공산당 중앙위원 선출안을 비롯한 인사안과 당장(당헌) 수정안 등을 의결했다. 투표 방식은 공개 거수 투표로, 만장일치로 가결하는 것이 중국의 관례다. 후 전 주석이 반대 표를 던지는 초유의 모험을 할 가능성을 우려해 그를 나가게 했다는 시나리오가 있다. 거수 투표를 하는 동안 후 전 주석의 자리만 비어 있었다.

갖가지 관측이 쏟아지자 중국 관영 신화통신은 22일 밤 트위터 영문 계정을 통해 " "후진타오는 (건강 문제가 있음에도) 폐막식 참석을 고집했다"면서 "폐막식 도중 몸 상태가 좋지 않았고, 수행원이 그의 건강을 위해 행사장 옆방으로 데리고 가 쉬도록 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후 전 주석은 올해 80세다. 중국인들은 사용하지 않는 트위터를 통해 관영 매체가 해명을 자처한 것도 이례적인 일이다.

베이징= 조영빈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