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센터(IDC) 화재 이후 먹통이었던 카카오의 서비스가 모두 정상화됐지만 카카오에는 더 큰 숙제가 남았다. 유료 서비스 가입자에겐 약관에 따라 보상이 이뤄지고 있지만 카카오톡과 같은 무료 서비스 이용자에 대해서도 보상 요구가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카카오는 무료 서비스라도 이용자가 실제 당한 피해를 보상하는 것을 검토하겠다는 입장이지만 그 대상과 범위를 정하느라 골머리를 앓고 있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카카오는 19일부터 무료 서비스 이용자에 대한 피해 보상을 위해 사례를 접수받고 있다. 앞서 홍은택 대표는 기자회견에서 "무료 서비스 이용자는 보상이 선례도 없고 기준도 없어서 어떤 사례가 있는지 다양한 사례를 보고 판단하겠다"고 밝혔다.
이미 카카오의 오디오 스트리밍 서비스 멜론은 플랫폼 내 포인트인 멜론 캐시 1,500원이나 이용권 3일을 보상으로 지급한다고 알렸다. 카카오웹툰과 카카오페이지는 이용자 전원에게 3,000캐시를 지급했으며, 카카오T의 유료 호출 서비스인 프로 멤버십 가입 택시기사들에게는 7,550원 상당의 포인트를 보상했다.
문제는 무료 서비스인 4,000만 카카오톡 이용자와 20만 명이 넘는 카카오T 일반 택시 기사다. 일부 직장인, 자영업자들은 카카오톡 계정이 연동된 서비스에 로그인하지 못하거나 카카오톡 채팅방이 먹통이 되면서 업무나 영업 등에 차질을 빚었다며 피해 배상을 주장하고 있다.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전국민주택시노동조합은 "카카오T 택시호출 서비스가 15일 오후부터 16일까지 전면 중단돼 택시노동자가 운행 중단으로 사납금을 채우지 못하고 수입금이 대폭 감소했다"며 "수수료를 받는 유료서비스만 보상하겠다는 것은 공공의 편익은 안중에 없는 발상"이라고 비판했다. 실제 소상공인연합회가 17일부터 나흘 동안 받은 카카오 데이터센터 화재 관련 피해 접수 사례 1,254건 중 40%는 카카오T 일반호출, 카카오맵, 카카오톡, 카카오페이 결제 등 무료 서비스에서 나왔다.
정치권에서의 압박도 이어지는 상황이다. 한상혁 방송통신위원장은 21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약관에서 피해 보상 범위를 벗어나더라도 실질 피해에 대해선 사업자와 협의해 보상해야 한다"며 카카오가 무료 서비스 이용자에게도 보상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아예 김병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류긍선 카카오모빌리티 대표를 향해 "카카오T 앱에 가입한 시민들에게 3~5회의 무료 호출 서비스를 일단 제공하라"고 밀어붙였다. 국회는 24일 열리는 과방위 종합국감에서 김범수 카카오 창업자까지 불러 보상안을 집중 질의할 것으로 예상된다.
카카오에는 적절한 수준의 보상 규모를 찾는 것 자체가 어려운 숙제다. 카카오 이용자의 신뢰를 회복한다고 전체 가입자에게 '통 큰' 보상을 할 경우 발생할 카카오 주주들의 반발도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미 카카오는 17만 원까지 갔던 주가가 4만 원대까지 크게 떨어진 상황이다. 게다가 그동안 무료 서비스에 대해 보상한 전례도 없는 만큼 자칫 카카오가 확실치 않은 피해까지 보상할 경우 경영진이 배임 혐의로 고발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지급 방식에 대한 고민도 있다. 택시 단체나 소상공인 단체에 상생 기금을 전달하는 방법으로는 실제 피해를 본 당사자가 혜택을 받지 못한다는 비판을 피하기 힘들다. 그렇다고 전체 4,000만 이용자에게 보상을 할 경우 카카오톡 이모티콘과 같은 무형의 재화를 제공하는 것에 그칠 수밖에 없어 '쥐꼬리 보상'이라는 여론의 역풍도 불 수 있다.
카카오 고위 관계자는 "모든 이해 관계자들이 만족하는 방안을 찾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고객의 신뢰를 회복하는 데 최적의 방안을 찾기 위해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