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파 경고' 우크라 카호우카 댐…"러, 유리한 협상하려 또 협박"

입력
2022.10.21 21:47
젤렌스키 "러군, 댐에 지뢰 매설…대규모 재앙 우려"
발전 용량 40% 잃은 우크라, 에너지난 심화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남부 수력발전소 댐을 폭파할 거라는 경고가 나왔다. 이미 에너지난이 심각한 우크라이나는 댐이 파괴되면 더 큰 피해를 입을 수 있다. 우크라이나는 러시아군의 위협이 '유리한 협상을 끌어내기 위한 의도'라고 보고있다.

21일(현지시간) 영국 가디언에 따르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전날 대국민 연설에서 러시아군이 헤르손주(州) 노바카호우카에 있는 카호우카 댐에 지뢰를 묻고 '위장 깃발 작전'을 준비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위장 깃발 작전이란 공격을 한 주체가 적대국에 책임을 뒤집어씌우는 것을 의미한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댐이 폭파되면 엄청난 규모의 재앙이 일어날 것"이라고 우려했다.

카호우카 댐은 북크림 운하와 드니프로-크리비 리흐 운하를 통해 우크라이나 남부와 크림반도에 물을 공급하는 핵심 기반시설이다. 댐이 파괴되면 우크라이나의 에너지 위기는 더 악화할 것이라고 로이터통신은 전망했다. 이날 우크라이나 정부는 성명을 통해 "러시아군의 공격으로 전체 발전시설의 40%가 심각하게 손상됐다"고 밝혔다. 전국적인 순환 단전도 시작했다.

러시아는 반대로 우크라이나가 이곳에 대한 공격을 준비 중이라고 주장한다. 세르게이 수로비키 우크라이나 지역 러시아 합동군 총사령관은 앞선 18일 "우크라이나군이 카호우카 수력발전소 댐에 대한 미사일 공격을 준비 중이라는 증거가 있다"고 말했다. 다음날 러시아가 임명한 헤르손 정부 수반 블라디미르 살도도 주민 대피령을 내리고 "우크라이나군이 댐을 공격하면 홍수 발생 위험이 있다"고 했다. 댐 인근은 현재 러시아군이 통제하고 있다.

미국 싱크탱크 전쟁연구소(ISW)는 이런 러시아 측 발표가 "위장 깃발 작전을 위한 준비 작업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러시아군이 헤르손에서 퇴각한 후 댐을 폭파하고 우크라이나에 책임을 떠넘기기 위해 미리 거짓 정보를 퍼뜨렸다는 설명이다. 영국 국방부에 따르면 러시아군은 실제로 헤르손 서쪽에서 대규모 후퇴를 검토하고 있다.

우크라이나는 러시아가 자포리자 원자력발전소를 파괴하겠다는 협박이 먹히지 않자 또 다른 '인질'을 잡은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 3월 러시아가 점령한 자포리자 원전 주변에선 포격이 끊이지 않아 핵사고 위기가 고조되고 있다. 안드리 예르마크 우크라이나 대통령 비서실장은 "러시아 테러리스트들은 핵 협박이 먹히지 않자 카호우카 댐을 폭파하겠다고 모두를 겁주고 있다"며 "자신들의 요구에 따라 우리가 협상하게 만들려는 목표로 보인다"고 했다.

장수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