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전 3기' 월드컵 도전 김진수 "일단 이영표보다 잘하는 게 목표"

입력
2022.10.22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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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2018 월드컵 최종예선 활약하고도
부상으로 정작 본선행 비행기 못 올라
"많이 울고 십자수 뜨며 극복"
축구에는 이변 존재... "16강 진출 가능"

축구선수에게 월드컵은 그야말로 꿈의 무대다. 초등학교 선수부터 프로선수까지 모두 월드컵 출전을 꿈꾸며 구슬땀을 흘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단순히 실력만 뛰어나다고 월드컵 본선 무대를 누빌 수 있는 건 아니다. 김진수(30·전북)가 대표적인 예다. 이영표(45·강원 대표이사) 이후 최장기간 국가대표팀 주전 왼쪽 풀백으로 활약하고 있는 김진수는 지난 두 차례의 월드컵 본선 진출을 이끈 장본인이지만, 정작 부상으로 브라질과 러시아행 비행기에 오르지 못했다. ‘2전 3기’의 정신으로 2022 카타르 월드컵에 도전하는 그에게 과거 불운을 이겨낸 과정과 생애 첫 월드컵 본선무대에 대한 각오를 들었다.

“2014년에는 본선 경기가 보기 싫었어요.”

김진수는 첫 월드컵 낙마 상황을 회상하며 이렇게 말했다. 그는 “(부상으로) 당시 병원에 입원해 있었는데, 같은 병원에 있던 다른 선수들이 내가 걱정됐는지 음식을 시켜먹으며 함께 경기를 보자고 해서 겨우 본선 경기를 챙겨봤을 정도”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꿈(월드컵 진출)이 너무 빨리 내게 다가왔던 것 같다”며 “당시에는 너무 어려서 이겨내는 방법을 몰랐다. 정말 시간이 약이었다”고 덧붙였다.

절치부심 4년을 보낸 김진수에게 2018년 러시아 월드컵 낙마는 더 큰 시련으로 다가왔다. 그는 부상을 당했던 순간과 이후 월드컵을 포기하기까지의 과정을 아직도 생생히 기억하고 있다. “2018년 3월 (북아일랜드와 가진 원정 평가전에서) 부상을 당하는 순간 (부상이) 클 거라고 직감했어요. TV중계를 통해서 제 표정을 본 아내가 바로 전화를 했는데 어떻게 대답을 해야 할지 몰라서 전화도 못 받았어요.”

당시 김진수는 부상 여파로 다른 선수들보다 이틀 먼저 귀국했다. 월드컵 도전을 위해 재활에 매진했지만, 자신의 몸 상태를 잘 알고 있던 그는 결국 신태용 감독에게 ‘본선 출전이 어려울 것 같다’고 먼저 말을 꺼냈다.

한국의 본선 첫 경기가 열리던 날도 또렷하게 기억하고 있다. “집에 혼자 있으니 심장이 뛰고 기분이 이상했다”며 “운동을 나갔던 아내에게 빨리 돌아와달라고 부탁했고, 많이 울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그는 “수 개월간 십자수를 뜨며 마음을 달랬다”고 전했다.

두 번의 좌절을 겪은 만큼 당연히 이번 월드컵에 임하는 자세도 남다르다. 전북과의 임대 계약이 만료돼 올 여름 원 소속팀(사우디아라비아 알 나사르)으로 복귀해야 했던 김진수가 내년까지 임대 연장을 택한 것도 월드컵 진출을 염두에 둔 결정이었다. 김진수는 “아내가 월드컵을 위해서 팀을 이동하기 보다 전북에서 잘 준비하는 게 낫지 않겠느냐고 했다”고 임대 연장을 결정하게 된 배경을 설명했다.

그러나 그의 선택은 자칫 독이 될 뻔했다. 김진수는 이달 5일 울산과의 대한축구협회컵(FA컵) 4강전 당시 햄스트링 부상을 당했다. 다행히 16일 제주와의 리그 경기에 복귀하긴 했지만, ‘월드컵 직전 부상 트라우마’가 있는 그에게는 가슴 철렁할만한 일이었다. 그는 “파열은 아니고 그 전 단계였던 것 같다”며 “(경기를 더 뛸 수도 있었는데) 경기장에서 나가겠다고 했다. 좋은 선택이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가 이번 월드컵에 얼마나 공을 들이고 있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홍철(대구)등과의 주전경쟁이 남아 있긴 하지만, 김진수는 큰 이변이 없는 한 카타르 월드컵 본선무대를 밟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그에게는 대표팀 최종 승선 후에도 풀어야 할 과제가 남아있다. 이영표라는 큰산을 넘어야 한다. 대표팀 왼쪽 풀백은 여전히 이영표 대표와 비교되기 일쑤다. 김진수는 이에 대해 “내가 영표형 보다 잘 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영표형보다 잘하는 게 목표”라며 “부담보다는 기대감과 설렘이 더 크다”고 당차게 말했다.

어느덧 대표팀 10년차에 접어든 김진수는 마지막으로 비장한 각오를 드러냈다. “기사를 보면 ‘한국이 조별리그에서 떨어질 것이다’는 얘기가 많던데, 축구는 항상 이변이 존재해요. 우리가 얼만큼 준비하느냐에 따라 어디까지 도달할 지가 정해진다고 봅니다. 물론 쉽지 않죠. 그렇지만 전력의 100% 이상을 발휘하면 16강 가능하다고 봅니다.”

박주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