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둘러싼 이른바 ‘사법 리스크’가 검찰의 민주당사 압수수색으로 현실화했다. 민주당은 초유의 제1야당 당사 압수수색 시도에 강하게 반발하며 국정감사 파행을 불사했다. 정치권이 극한 대치국면에 빨려 들면서 시급한 경제·안보위기 대처와 민생은 뒷전인 형국이다. 위례·대장동 개발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은 이 대표의 최측근인 김용 민주연구원 부원장을 19일 전격 체포한 뒤 민주연구원 압수수색을 시도했으나 민주당 의원들의 반발로 불발됐다. 이 대표는 20일 긴급의원총회에서 “대선자금 운운하는데 불법자금은 1원도 쓴 일이 없다”고 강조했다.
민주당은 압수수색 금지와 검찰총장 사퇴 등이 관철되지 않는 한 법사위 국감 불참을 선언했다. 이에 검찰은 민주당의 ‘정치보복’ 주장에 입장문을 내고 “적법한 영장집행 저지는 법치주의 훼손”이라고 반박했다. 검찰은 김 부원장이 지난해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에게 대선자금 용도로 20억 원 상당을 요구했고, 대장동 민간사업자인 남욱 변호사가 마련한 8억여 원을 전달받은 것으로 보고 있다. 반면 민주당은 유씨가 전날 밤 석방된 점을 근거로 검찰이 거짓진술을 압박회유했다고 의심한다. 이에 국민의힘은 “이재명 방탄막이”라며 야당을 더욱 자극했다.
민주당은 ‘윤석열 검찰’의 칼끝이 문재인 전 대통령과 이재명 대표에게 향할 것으로 보고 결사항전 의지다. 국민의힘 역시 집권당으로서 책임 있게 야당을 설득할 자세를 안 보이고 ‘이재명 리스크’를 반기며 지지율 회복과 반전의 계기로 삼으려는 속내가 역력해 보인다. 북한의 도발이 일상화해 7차 핵실험까지 예상되는 지금 여야가 상대를 격렬히 비난하며 제 갈 길만 갈 때인지 묻고 싶다. 금융과 실물경제 복합위기로 ‘제2의 외환위기’ 공포마저 커지는 마당이다. 정치권이 통째로 극한적 대결에 매달릴 때인가. 무한대결이 초래할 국론 분열과 파국만은 막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