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란드가 한국산 무기를 추가 도입한다. ‘하늘을 빈틈없이 뒤덮어 버린다’는 의미의 '천무' 다연장로켓(MLRS)에 대한 기본계약을 승인한다. 앞서 1차 본계약을 체결한 K2 전차와 K9 자주포 초도 물량도 출고식을 열고 폴란드행 길에 오른다. 다양한 무기를 앞세워 ‘K-방산’의 유럽 판로가 확장되는 모습이다.
폴란드 국방부와 폴란드 현지 폴스키에라디오에 따르면 마리우시 브와슈차크 폴란드 부총리 겸 국방장관은 19일 오전(현지시간) 한국산 천무 MLRS 288대에 대한 구매 기본계약(프레임워크 계약)을 승인할 예정이다. 한국 측에서는 손재일 한화디펜스 대표이사와 유동준 국방부 전력자원관리실장 등 업체 및 정부 관계자가 계약식에 참석한다. 폴스키에라디오는 “한화가 만든 K239 천무 18대가 2023년 폴란드에 도착한다”라며 “한국 측과 맺은 계약에는 지휘차량 및 기술지원 차량, 탄약 차량 등도 포함된다”고 덧붙였다. 기본계약은 본계약 직전 단계로, 사실상 수주가 확정된 것이다.
천무는 한국이 독자기술로 개발한 MLRS다. 한화 방산부문과 한화디펜스를 중심으로 2013년 완성했다. 폴란드 국방부는 “폴란드 군이 한국 방위 기술로 재차 강화됐다”며 “천무는 사거리 약 80㎞의 239㎜ 유도 미사일 6발 또는 사거리 약 290㎞의 탄도미사일 1발을 탑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산 ‘전술지대지유도무기(KTSSM)’를 사용한다고 공언한 셈이다. 미국 군사 전문 매체 디펜스뉴스 등은 이번에 체결되는 계약 규모가 발사 차량 및 로켓탄, 미사일을 포함해 50억 달러(약 7조1,000억원) 규모라고 예측했다.
폴란드가 K2 전차ㆍK9 자주포에 이어 천무까지 도입하는 것은 한국산 무기에 대한 신뢰는 물론 완제품을 인도하는 데 걸리는 시간이 다른 국가에 비해 짧기 때문이다. 앞서 브와슈차크 부총리는 현지 매체 인터뷰에서 “미국에 하이마스 MLRS 500대 구매를 요청했지만 제 시간에 받지 못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고 말했다. 폴란드는 2019년부터 미국에 하이마스 발사대를 주문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폴란드와 한국 간 천무 수출 계약은 당초 한국에서 체결될 예정이었다고 폴란드 현지 매체들은 전했다. 현대로템과 한화디펜스는 19일 오전 폴란드로 인도되는 K2 전차와 K9자주포 초도 물량 출고식을 열었다. 브와슈차크 부총리 역시 출고식에 참석할 예정이었으나 돌연 방문이 취소됐다. 18일로 예정됐던 이종섭 국방부 장관과의 회담은 19일 화상 회담으로 변경됐다.
국방부는 브와슈차크 부총리 방한이 폴란드 측 사정으로 취소됐다고 알렸다. 일각에서는 중국이 폴란드 정부 전용기의 영공 통과를 거부해 브와슈차크 부총리의 방한이 무산됐다고 보고 있다. 폴란드 매체 오넷은 "폴란드가 지난 9월 대만과 반도체 실무그룹을 구성하기로 합의한 것이 중국의 심기를 건드렸다"고 분석했다. 다만 폴란드 국방부는 이날 성명을 발표해 "비행기에 기술적 결함이 발견됐다"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