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거·치킨 프랜차이즈인 맘스터치 가맹점주들이 본사를 상대로 부당이득 반환 소송에 나섰다. 본사가 가맹점주와 협의 없이 가맹점이 본사에서 구매하는 원부자재(필수품목) 가격을 인상하며 과도한 이익을 챙겼다는 이유에서다.
프랜차이즈 사업은 본사와 가맹점 사이의 물품 거래를 기반으로 운영되기 때문에, 본사가 이익을 많이 낼수록 가맹점주 몫이 줄어들 수밖에 없는 구조다. 가맹점주들은 “2019년 말 이익 극대화를 추구하는 사모펀드에 인수된 뒤 본사 영업이익률은 높아졌지만 가맹계약은 무시당했고 점주들은 더 힘든 상황에 놓였다”고 주장한다. 가맹점주들이 프랜차이즈 본사의 원부자재 가격 인상을 문제 삼아 소송을 제기한 것은 처음이다.
1998년 토종 프랜차이즈로 시작한 맘스터치는 2010년 대표 메뉴인 '싸이버거'로 인기를 끌었다. 이후 가맹점이 1,300여 개까지 늘며 국내에서 가장 많은 매장을 보유한 패스트푸드점으로 성장했다. 하지만 2019년 사모펀드가 맘스터치를 인수하면서 가격이 인상되고 식재료가 부실해졌다는 평가를 받으며 소비자들에게 '계모터치'로 불리기도 했으며, 가맹점주들과도 갈등을 빚었다.
20일 한국일보 취재와 김한규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공정거래위원회에서 받은 자료를 종합하면, 맘스터치 가맹점주 124명은 지난달 6일 맘스터치 본부를 상대로 부당이득 반환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가맹계약서와 다르게 가맹본사가 필수품목 가격을 일방적으로 인상했으므로, 본사와 사모펀드가 가져간 이익을 점주들에게 돌려달라는 취지다.
가맹점주협의회장인 황성구씨는 소송 배경에 대해 “공정위에서 본사 행동이 부당하다고 결정해도, 가맹본부는 과징금을 낼 뿐 실제로 손해를 본 점주들은 보상을 받기 어렵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맘스터치 가맹계약서엔 ‘가맹본부가 사업자에게 공급해야 할 원부재료의 가격 변경이 필요한 경우 본부는 변경내역과 사유, 가격 산출 근거를 사업자에게 서면으로 제시하고 양측이 협의해 결정한다’고 적혀 있다.
점주들은 본사가 가맹계약을 무시한 채 점주들이 의무적으로 사야 하는 싸이패티 등 필수품목 가격을 두 차례(2020년 10월 1일, 2022년 2월 19일) 협의 없이 인상했다고 주장한다. 2020년 1월 본사가 구매해오는 싸이패티 매입가(647원→617원)가 내렸는데도, 가맹점주 공급 가격(833원→970원)은 16.4% 올렸다. 올해 2월엔 소비자 판매가격을 5.9% 인상한 뒤 점주에게 공급하는 싸이패티 가격(970원→1,050원)은 그보다 높은 8.2% 올렸다.
황씨는 “본사는 싸이패티 1개 당 617원에 공급받아 가맹점에 1,050원에 판매하며 매입가 기준 70%(433원)에 달하는 이익을 얻고 있다”며 “심지어 올해 2월 협의에서는 소비자가격 인상으로 생긴 추가 수익을 본사가 32% 가져가겠다고 말했다가 이후 40%로 말을 바꿨다”라고 주장했다. 본사 측은 이에 대해 “소비자가격 인상으로 생긴 추가 수익배분은 협의 당시 착오가 있었고, 이후 다른 점주협의회 동의를 받아 절차상 문제는 없다”고 말했다. 본사가 동의를 받았다는 가맹점주협의회는 전남지역 점주들이 구성한 소규모 협의회다.
맘스터치는 2019년 말 사모펀드 운용사 케이엘앤파트너스에 인수된 뒤 가파르게 성장했다. 프랜차이즈 본사는 가맹점에 물류 마진이 붙은 물품을 공급해 이익을 남긴다. 영업이익이 늘었다는 것은 본사가 가맹점에서 가져가는 물류 마진이 늘었다는 뜻이다.
실제로 맘스터치 매출은 3년간 4.2%(2019년 2,889억 원→2021년 3,010억 원) 증가하는 데 그쳤지만, 영업이익은 2배 이상(2019년 190억 원→2021년 395억 원) 늘었다. 기업이 영업활동으로 벌어들이는 현금창출 능력을 보여주는 지표인 EBITDA도 2019년 237억 원에서 2021년 440억 원으로 85.7% 증가했다.
본사에서 1년 동안 가맹점 한 곳에서 물류 마진으로 가져가는 평균 차액가맹금도 △2019년 5,768만 원(가맹점 매출의 12.7%)에서 2020년 5,952만 원(13.8%)으로 증가했다. 맘스터치 역시 사모펀드가 인수한 치킨 프랜차이즈 bhc처럼 가맹점이 본사에서 사야만 하는 필수품목에 물류 마진(차액가맹금)을 많이 붙여 영업이익을 극대화하는 전략을 취한 셈이다.
전문가들은 케이엘앤파트너스가 프랜차이즈를 인수한 사모펀드의 전형적인 모습인 '이익 극대화 후 엑시트(투자금 회수)' 수순을 따르는 것으로 보고 있다. 케이엘앤파트너스는 특수목적회사(SPC) 한국에프앤비홀딩스를 통해 보유한 맘스터치 지분을 매각하려고 준비 중이다. 매각 주관사가 선정됐고, 예상 매각가는 약 1조 원 정도로 추정된다. 케이엘앤파트너스가 2019년 창업주인 정현식 전 회장에게 맘스터치 지분 56.8%를 1,938억 원에 사들일 당시 기업가치는 3,500억 원 정도였다. 사모펀드 인수 후 회사 가치가 3년 만에 3배 넘게 뛴 것이다.
특히 올해 2월엔 맘스터치 주식의 코스닥 상장폐지를 신청해 각종 공시의무가 사라졌다. 업계에선 이를 두고 “자금 흐름이 공개되지 않는 점을 활용해 투자금을 수월하게 회수하려는 사전 작업”이라고 평가했지만, 맘스터치는 “주식시장 루머 등의 영향을 최소화해 프랜차이즈 사업에 집중하기 위함”이라고 설명했다.
맘스터치 본사와 가맹점주들의 갈등은 두 가지를 시사한다. ①가맹점주가 본사에서 사야 하는 필수품목 가격 인상과 관련해 계약서에 '협의해야 한다'고 적혀 있더라도, 본사가 이를 지키지 않으면 제재할 수단이 없고, ②가맹점주가 본사를 상대로 문제를 제기하려면 소송까지 감당해야 한다는 점이다.
맘스터치 본사는 지난해 4월 황성구씨를 명예훼손과 업무방해 혐의로 고소했고, 8월엔 영업을 할 수 없도록 물품 공급까지 끊었다. 본사는 황씨가 점주들에게 가맹점주협의회 구성을 독려하기 위해 지난해 “최근 거의 모든 매장이 매출 및 수익하락으로 고통받고 있지 않나요”라고 적힌 우편물을 보낸 점을 문제 삼았다.
경찰이 황씨에 대해 불송치 결정을 내리자, 본사는 황씨를 검찰에 고소했다. 검찰도 “가맹본사 업무는 점주들로부터 감시와 비판의 대상이 돼야 한다”며 “(황성구씨가) 적시한 내용이 허위사실을 적시하고 있다고 보기 어렵고, 비방 목적으로 볼 수 없다”고 무혐의 처분했다. 본사는 결국 지난해 10월 황씨 매장에 물품 공급을 재개했다.
이 사건은 공정위에도 제소된 상태다. 경기도는 지난해 11월 △가맹계약 부당 해지 △가맹점사업자단체 활동을 이유로 사업자에게 불이익을 주는 행위 △싸이패티 가격 공급가 인상에 따른 불이익 제공이 가맹사업법 위반에 해당된다고 보고 공정위에 신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