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시행령 통치' 꼼수에 노동자 죽어"…SPC 사고 집중 포화

입력
2022.10.18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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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재부 '중대재해처벌법 완화' 개정 방안에
민주당 "제2의 시행령 통치 획책" 비판 나서
정의당도 "무력화 시도 노골화" 같은 목소리

더불어민주당이 윤석열 정부의 '시행령 통치'에 날을 세우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최근 SPC그룹 계열 공장에서 일하던 20대 노동자가 숨진 사고를 집중해서 물고 늘어졌다. 기획재정부가 앞서 8월 고용노동부에 제출한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처벌법)' 관련 법·시행령 개정 의견을 문제 삼았다. 정의당도 비판에 가세하면서 전선이 확산되는 모양새다.

민주 "제2의 시행령 통치 획책"

진성준 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는 18일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되고 있음에도 기업이 반드시 이행해야 할 안전조치를 일부러 회피한 중대한 문제"라며 "이런데도 정부와 여당은 법을 약화시키고 무력화시키려는 제2의 '시행령 통치'를 획책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SPC 계열사인 SPL의 제빵공장에서 지난 15일 20대 노동자가 샌드위치 소스 배합 기계에 끼여 사망한 끔찍한 사고에도 불구하고 법에서 정한 안전기준을 완화하려 한다는 것이다.

민주당이 지적한 '시행령 통치'란 기재부의 중대재해처벌법 개정안을 의미한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우원식 의원이 노동부로부터 제출받은 '기재부가 보낸 중대재해법령 개정방안에 대한 노동부 입장'에 따르면, 기재부는 지난 8월 노동부에 중대재해처벌법 처벌규정 완화 등을 제안했다. 이와 동시에 최고경영자(CEO)의 안전관리 의무를 완화하는 등의 시행령 개정 방향도 제시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과거 대선후보 때부터 중대재해처벌법 완화를 주장했다.


이재명 "시행령 통치 꼼수 부리다 노동자 죽어"

이에 민주당은 지난 '검수원복'(검찰 수사권 원상 복귀)에 이은 두 번째 '시행령 쿠데타'라고 반발하고 있다. 우 의원은 이날 KBS라디오에 출연해 "지난번 검찰 관련 법도 시행령을 고쳐서 법의 정신을 훼손했는데, 이번에도 그렇게 충분히 할 수 있다"며 "꼬리가 몸통을 흔드는 격"이라고 말했다.

이재명 대표도 전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있는 법조차 지키지 않으려고 '시행령 통치' 꼼수 부리다 그렇게 늘어난 틈새 사이사이로 노동자들이 끼어 죽고, 떨어져 죽고, 깔려 죽는다"면서 "일터가 삶의 현장이 아닌 죽음의 현장이 되는 것을 막기 위해 할 수 있는 일을 하겠다"고 밝혔다.


정의당도 한목소리 비판 나서

정의당도 시행령 개정 움직임에 반발하며 민주당에 힘을 실었다. 강은미 의원은 의원총회에서 "기재부를 비롯한 윤석열 정부는 중대재해처벌법 무력화 시도를 노골화하고 있다"며 "사업장의 안전조치 의무가 자리 잡기도 전에 법을 무력화하려는 법령 개악 시도를 당장 멈추기 바란다"고 지적했다.

이처럼 야권이 격앙된 반응을 보이면서 이른바 '시행령 견제법'이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비판 여론이 컸던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과 달리, 이번 SPC 사망사고에 대한 국민적 공분이 상당하기 때문이다. 조응천 민주당 의원은 앞서 6월 정부의 시행령에 국회가 수정요구권을 갖는 국회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강진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