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약 올린 중국 극초음속미사일 개발, '미국 기술' 덕분이었다

입력
2022.10.18 1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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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P "2019년 이후 기술 300개 중국 넘어가"
미 국방부 개발 자금 지원받아 발전된 기술

현존하는 최강 미사일로 꼽히는 극초음속미사일 개발 과정에서 중국이 미국 핵심기술을 사용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미국보다 앞선 기술을 선보여 충격을 줬던 중국의 미사일 개발 역량이 사실은 미국 첨단 기술 때문이라는 것이다.

미 워싱턴포스트(WP)는 17일(현지시간) 미국의 기술 300개 이상이 중국의 극초음속미사일과 일반 미사일 기술 개발 관련 회사에 2019년부터 판매됐다고 보도했다. 중국 정부 조달 데이터베이스와 공개된 계약서 등을 분석한 결과 50개 가까운 미국 기업이 중개자를 거쳐 미사일 개발 관련 중국 군사 그룹에 기술과 제품을 넘긴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미 국방부로부터 수백만 달러의 보조금을 받고 계약까지 맺었던 회사들이 개발한 제품이 미국의 수출 블랙리스트에 올라 있는 중국 관련 기관에 수출됐다고 WP는 전했다. 중국항공역학원(CAAA)에 기체역학 시뮬레이션을 판매한 조나 테크놀로지, 메타콤 테크놀로지 등이 이 같은 경우다. 조나 테크놀로지는 중국 베이징에 본사를 둔 한 업체에 소프트웨어를 판매했지만 이 업체가 CAAA에 재판매하는 것을 알지는 못했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WP는 “중국 중개업자들이 이 소프트웨어가 미사일 개발에 사용될 것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는지 여부가 추가 문제”라며 사실상 미국의 세금이 중국의 무기 개발에 흘러 들어갔다고 지적했다.

극초음속미사일은 음속보다 5배 빠른 마하5(시속 6,120㎞) 이상의 속도로 날면서 탄도미사일보다 낮은 고도로 비행이 가능하다. 또 핵탄두 장착도 가능하고 현존 미사일방어체계(MD)로는 요격이 불가능해 전략 병기로 꼽힌다. 특히 중국이 지난해 핵무기 탑재 가능한 극초음속미사일을 개발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미국에는 비상이 걸리기도 했다.

이에 미국은 지난달 방산업체 레이시온사와 9억8,500만 달러(약 1조4,000억 원) 상당의 극초음속 공격용 순항미사일 원형 모델 개발 계약을 맺는 등 기술 진보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WP는 “중국군이 미국을 앞지르겠다고 위협하는 중요한 연구 분야에 (미국산) 고급 소프트웨어가 꾸준히 유입되고 있다”며 “중국군의 미국 혁신 기술 악용을 막는 것이 과제”라고 설명했다.

워싱턴= 정상원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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